작년 11월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18’엔 전 세계 40개국에서 3072명이 다녀갔다. 참석자들은 “콘텐츠면에서 세계 최고의 포럼”, “산업계와 교육계, 학계가 만나는 산학협력의 장 그 자체”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한국경제신문은 인재포럼을 빛낸 명연사들의 통찰과 혜안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다시보는 글로벌인재포럼 2018’ 코너를 마련했다. 포럼기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때 ‘만족스러운 발표자’ 항목에서 상위권에 든 연사들의 강연을 매주 한편씩 소개한다.
[다시보는 글로벌인재포럼 2018] 제시카 닐 "'자유와 책임' 기업문화가 넷플릭스 혁신의 비결"
제시카 닐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CTO)는 지난해 11월 6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오케스트라’가 아닌 ‘재즈밴드’에 비유했다. 그는 “오케스트라는 지휘와 악보에 맞춰 모든 연주가 동시에 이뤄지지만 재즈밴드는 하나의 테마에 따라 각자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닐 CTO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 이같이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있다고 밝혔다. 1997년 DVD 우편배송 회사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에 투자하며 세계 최대 콘텐츠기업으로 성장했다. 닐 CTO는 2006년 넷플릭스에 입사해 7년 동안 인사 업무 등을 맡으며 기업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 2013년 코세라의 인적자원(HR) 총괄로 이직했다가 2017년 넷플릭스로 복귀해 CTO를 맡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는 ‘자유와 책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넷플릭스 직원들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며, 회사 돈도 ‘넷플릭스에 유리하게 쓴다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닐 CTO는 “직원이 규칙과 프로세스 없이 마음껏 혁신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도 ‘통제’가 아닌 ‘코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닐 CTO는 “리더가 통제자나 독재자가 되면 안된다”며 “일의 맥락과 정보를 제공해 직원들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를 보장받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 평범한 성과를 내는데 그치는 직원은 언제든 넷플릭스와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닐 CTO는 “우리는 ‘드림팀’이 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야구팀처럼 계속 트레이딩을 한다”고 밝혔다.

닐 CTO는 인재를 채용할 때 ‘스펙’이 아닌 ‘자질’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열정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무료로 점심을 줄 때가 아니라 스스로 도전하고 싶은 과제가 있을 때 기쁘게 출근한다”며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리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잘 관리하는지, 스스로 관리하고 성찰하는지, 스스로를 비판하고 성장할 역량이 있는지 살펴본다”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처럼 끊임없이 바뀌는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신있게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면서 용기도 좋은 인재의 덕목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에게 보너스나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것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넷플릭스의 문화다. 닐 CTO는 “일을 잘해야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일을 하는 대신 안전한 일을 택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넷플릭스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인센티브는 오히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닐 CTO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모든 기업에 맞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원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은 어떤 기업과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