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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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삼성전자·LG전자·LS산전이었다. 8년째 제자리걸음. 국제 학술정보 서비스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 얘기다. 중국은 달랐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올해 샤오미와 비야디(BYD)가 신규 진입했다.

한국시간 23일 자정 공개된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Derwent Top 100 Global Innovators 2018-19) 명단에 한·중 기업이 3곳씩 이름을 올렸다. 외견상 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지만 속사정은 좀 다르다. 톱100에 든 한국 기업 3곳은 이 평가가 시작된 2011년부터 8년 연속 개근했다. 뒤집어보면 새롭게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한 국내 업체가 그간 전무했다는 뜻이다.

◆ 中, 화웨이 이어 샤오미·비야디 '톱100' 신규진입

8년째 제자리 한국, 매년 혁신기업 '새얼굴' 내미는 중국
클래리베이트는 톰슨로이터 지적재산 및 과학분야 사업부가 간판을 바꿔단 업체다. 학술정보 서비스업체답게 매출, 영업이익 등 기업의 통상적 지표는 배제하고 기업이 보유한 특허와 지적재산권(IP) 위주로 평가했다. 최근 5년간 승인된 특허로 보호받는 발명 개수가 100개 이상인 기업 대상으로 △종합적 특허 출원 규모 △특허 승인성공률 △특허 세계화지수(글로벌 특허 등록범위) △발명의 영향력(제3자의 인용정도) 등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눠 점수를 부여했다. 단 1~100위의 세부 순위를 매기진 않았다.

평가 결과와 함께 펴낸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리포트’는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에 특히 주목했다. “제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 경제변혁 중인 중국 기업들이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더 많은 이름을 올리며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혁신기업 순위권에 처음 등장한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로 통한다. 짝퉁이 판치는 중국산 제품을 빗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구현한 샤오미 전자제품을 거꾸로 칭찬하는 표현이다. 호평이 이어지며 ‘대륙의 기적’으로 거듭났다. ‘중국의 애플’로도 불렸는데 이젠 애플과 함께 100대 혁신기업에 들 만큼 성장했다.

자동차 배터리업체로 출발한 BYD도 전기차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며 ‘중국판 테슬라’로 주가를 높였다. 두 업체 모두 특허·IP 성과를 냈단 점에서 모방 위주 대체제, 추격형 후발업체를 벗어나 독자적 기술기업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진우 클래리베이트 한국지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8년 연속 높은 성과를 보였다. 다만 새로운 기업이 계속 순위에 오르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새로 추가되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짚었다.

◆ '핫'한 AI·5G…고민·투자 없인 '혁신후진국' 전락

혁신의 무게중심은 아시아로 옮겨왔다. 올해 혁신기업 100곳 중 48곳이 아시아 기업이었다. 혁신기업 최다 보유국 일본(39개)에 한국·중국·대만(각 3개)이 힘을 보탰다. 대만의 경우 애플 협력사인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혼하이정밀), 애플워치 위탁생산업체 콴타컴퓨터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게 눈에 띈다.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국가별 분류. / 출처=클래리베이트 제공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국가별 분류. / 출처=클래리베이트 제공
국가별로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 기업을 앞세운 미국(33개)이 일본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유럽에서는 19개 기업 가운데 프랑스(7개)와 독일(4개) 기업 비중이 높았다. 보안 소프트웨어(SW)기업 카스퍼스키랩이 100위 안에 든 데 힘입어 러시아도 혁신기업 배출국이 됐다.

산업 부문별 특성상 하드웨어·전자가 35개로 최다였다. 제조·의료(15개) 화학·화장품(10개) 자동차(7개) SW, 항공우주·방위, 가전제품·가사용품(이상 6개)이 뒤를 이었다. 유통 기반인 알리바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기업 페이스북 등이 순위권 밖인 것은 특허 및 IP 확보가 쉽지 않은 분야인 탓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급성장세를 보인 것도 특징이다. 혁신기업들이 집중한 분야였다. 올해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중 31곳이 AI 발명을 주요 특허 포트폴리오 항목으로 보유했고, 5G 기술 분야의 2018년 패밀리 특허 수는 900개를 넘어섰다고 클래리베이트는 설명했다.

앞으로 이들 분야의 기술혁신에 대한 고민과 투자 없이는 ‘혁신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 의미도 담겼다. 김진우 지사장은 “올해 분석에서 보듯 신기술은 산업 분야의 장벽을 넘어 엄청난 속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다음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이 무엇일지 예측하고 선점하는 것이 혁신의 승패를 가를 열쇠”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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