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존엄을 위한 제품
안 대표는 “파루스는 환자의 바지를 내리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일 수 있다. 노년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환자의 괴로움을 줄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파루스라는 이름에도 ‘새벽에 알리는 종’이라는 뜻을 담았다. 파루는 조선 시대에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해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을 말한다.
파루스는 옷 입은 상태에서 기저귀의 젖은 부위를 색상으로 보여준다. 간병인은 센서면 전체를 옷 위에 밀착시킨 후 버튼을 누르면 환자의 배뇨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빨간 불빛이 표시되는 곳은 젖은 부위를 의미하고, 젖지 않은 부위는 녹색 불빛이 표시된다. 젖은 면적의 크기를 기준으로 기저귀 교체시기를 판단하면 된다.
버튼을 누를 것만으로도 측정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법을 따로 배울 필요도 없다. 안 대표는 “소리나 진동으로 배뇨상태를 확인하면 야간에 주변 환자들을 깨울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작은 불빛으로만 배뇨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수출
파루스는 국내에서 판매되기 이전에 일본에 먼저 수출했다. 실버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1000대 이상을 사갔다. 한국 간병인들이 일본에 있는 요양 시설을 방문했다가 파루스를 발견하고 안 대표에게 알려오는 일도 있었다. 중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수출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안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전자파 문제부터 해결했다. 옷에 붙이는 센서 등에서 환자에게 해로운 전자파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제품은 센서를 기저귀내에 넣어 소변을 감지하고, 전자파 신호를 이용해 다른 단말기에 전달하는 방식이 많았다.
파루스는 충전 방식이 아닌 AAA건전지 2개로 작동한다. 안 대표는 “미세한 전기장으로 액체 유무를 파악하는 제품이라 적은 전력으로 작동이 가능하다"며 “건전지 한번 교체로 1년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가격도 7만9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안대표는 덧붙였다.
독자적인 센서 기술로 특허도 받았다. 안 대표가 삼성전자 등에서 근무하고, 반도체 설비 협력 업체 등을 운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 대표는 “은퇴를 준비하던 중 새로운 사업에 시작하게 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명감 때문이었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줄이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