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거부 땐 최대 20만원 과태료…통계청, 새 가계동향조사 '논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가 ‘코드 통계’에 이어 ‘강압 조사’ 논란에 휘말렸다. 통계청이 조사 불응자에게 전례없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자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치 쟁점화할 조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6일 “가계동향조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의 비협조 사례가 늘고 있어 조사 불응 시 과태료 부과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통계 작성 과정에서 조사 불응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은 1962년 제정된 통계법(당시는 벌금)에 명시돼 있다. 통계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통계청은 조사에 불응한 개인 및 가구에 불응 횟수에 따라 5만~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개인에게 부과한 적이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다. 사업체에 대해서도 2012년에야 처음 부과됐다.

과태료 부과 방침에 조사 대상자들은 “가계동향조사에 응하기 위해 가계부까지 따로 작성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데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는데도 불응했다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은 과거 면접조사 방식으로 했던 가계동향조사를 올해부터는 대상인 7200가구에 매일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도록 하는 가계부 작성 방식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는 등 정부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통계청은 가계 소득분배가 지난해 들어 계속 나빠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통계 논란이 일자 지난해 9월 현재 소득·지출부문으로 나뉜 가계동향조사를 2020년부터는 통합해 분기별로 공표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초 분기별 가계동향조사를 지난해부터 없애고 연간 조사인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하기로 했으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없애기로 했던 조사가 계속됐다.

야당은 과태료 부과 방침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논평에서 “통계청의 강압적인 방식의 가계동향조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통계청이 소득주도성장의 ‘빅브러더’ 짓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과태료 부과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는 “다른 의도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에 불응하는 것은 주로 고소득층”이라며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높아지면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로서는 불리한 통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