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경제학회(AEA)에서 잇따라 나왔다. 미국 경제는 최근 뉴욕증시 급락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탄탄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사진)은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AEA에 참석해 “중국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정부가 주도하는 기존 방식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년간 중점 추진할 과제로 부채 축소를 제시한 뒤 부채가 많은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급증하고 있다.

그는 최근 애플이 중국 경기 부진에 따라 분기 매출 전망을 낮춘 데 대해서도 “애플이 중국 경기 둔화 영향을 받는 유일한 회사가 아니다”며 많은 미국 기업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미국 기업의 이익 중 중국 시장 의존도는 약 1.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中, 암흑상자처럼 불확실…미국은 침체 가능성 제로"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향후 위기가 터진다면 그건 중국 등 해외에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로 우려되는 부분은 상당수 중국에서 촉발됐다”면서 “중국의 문제는 ‘블랙박스’처럼 앞으로 어떻게 커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라고 우려했다.

폴슨 전 장관은 중국의 문제로 성장률 저하뿐만 아니라 부채비율이 높은 국유기업들을 들었다. 그는 “중국에 이슈가 생기면 직접적 충격뿐만 아니라 2, 3차 간접적인 영향도 시장을 통해 미국에 전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도 뉴욕증시의 불안정성과 관련해 “시장이 성장 둔화 리스크에 반응하고 있다”며 일부 리스크로 ‘중국의 지표 부진’을 거론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 비중이 커지면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라 앨파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브라질을 사례로 들어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밀접해지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혁신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여전히 밝은 전망이 많았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미국은 올해 경기 확장 기록을 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7월까지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면 기존 120개월 기록을 넘게 된다. 버냉키 전 의장은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등으로 경기가 약간 둔화되고 있지만 금융시장 조건은 여전히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해싯 위원장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감세 효과 등으로 무역전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연 3% 성장했다”며 “올해도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