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새해 초부터 온라인을 상대로 ‘가격 전쟁’을 선포했다. 신선식품 등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많은 상품을 온라인보다 싸게 판매하는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3일 시작했다.

온라인에 '가격 전쟁' 선포…이마트, 전복 1마리에 990원
이마트는 이달부터 매월 첫째, 셋째주에 농·수·축산 등 식품 분야에서 1개씩 모두 3개 품목을 정해 ‘반값’에 판매한다. 첫 행사 상품은 전복, 삼겹살, 계란이다. 오는 9일까지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작은 크기 전복을 마리당 990원에 내놓는다. 이마트 역대 최저가로, 정상가(1980원)의 절반 가격이다. 중·대 크기 전복도 약 40% 할인해 판매한다. 삼겹살과 목살은 가격을 40% 내린 100g당 990원에, ‘알찬란’ 계란 한 판(30개)은 절반 값인 2880원에 내놓는다.

이마트는 또 매월 ‘10대 상품’을 선정해 특가로 선보인다. 1월 10대 상품은 분유, 휴지, 라면 등이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에서만 판매하던 상품을 이마트 매장에도 들여놓기로 했다. 1~2월엔 트레이더스 인기 품목인 에어프라이어 등을 선보인다. 3월 이후부터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가 공동으로 기획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마트가 연초부터 ‘가격’을 화두로 들고나온 것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내에선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주도권을 온라인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미국 유럽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초저가 슈퍼’의 전략을 따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독일계 슈퍼인 알디와 리들은 ‘반값 상품’을 들고나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잘 팔리는 품목 위주로 상품 수를 확 줄이고 △자체브랜드(PB) 상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이며 △상품을 박스째로 진열해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마트도 노브랜드 등 PB 상품,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온라인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게 정 부회장의 판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에는 일시적인 할인 행사가 아니라 초저가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적인 혁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