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급락한 신흥국 증시의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신흥국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 등에 따른 것이다.

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중국 주식형 펀드 166개의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44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간 326억원 증가했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와 인도 주식형 펀드에도 지난달 각각 124억원과 3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선진국인 미국 펀드의 설정액이 385억원 줄고, 유럽과 일본 펀드에서도 각각 226억원과 88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신흥국 증시 반등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
지난해 MSCI신흥국지수는 16.9% 떨어졌다. 미국 S&P500지수(-7.03%), 유로스톡스600지수(-13.61%)에 비해 낙폭이 컸다. 투자자들의 신흥국 펀드 매수세는 지난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 신흥국 증시가 올해 상반기 일부 낙폭을 만회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미·중 무역분쟁 완화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신흥국 투자심리에 온기를 지피고 있다. 김승한 유화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를 압박한 요인들이 지난해 말부터 완화되고 있어 선진국에 비해 조정을 많이 받은 신흥국 증시가 연초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를 찍는 분위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 시장이 미래 우려와 위험을 이미 반영한 수준으로 하락해 단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올해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신흥국의 수출과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신흥국 주식을 올해 주요 자산 중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자산으로 꼽았다. 글로벌 유동성이 지난해보다 더 위축되면서 신흥국 주식을 압박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작년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유럽과 일본도 합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자금유출,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교역증가율 둔화, 중국의 경제성장세 약화 등이 신흥국 경제와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