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시리아 철군 결정을 내리면서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이 2000여 명으로 많지는 않지만 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군 철수는 시리아 정부군과 이들을 지원해온 러시아, 이란 등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도움을 받던 시리아 반군과 쿠르드족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트럼프, 아사드 축출 사실상 포기…"미군 발 빼면 러시아·터키 돕는 셈"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터키는 쿠르드 반군을 공격하기 위해 시리아로 진입하려고 하고 시리아 정부군은 미군이 철수할 지역으로 전진하고 있다”며 “미군 철수와 반군 붕괴로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쿠르드 반군 시리아민주군(SDF)과 프랑스, 영국 등 동맹국들은 미국에 배신당한 꼴이 됐다. 쿠르드 반군은 지난 19일 미국의 철군 발표 직후 성명에서 “피 흘려 도운 우리의 등에 미국이 칼을 꽂았다”고 비판했다. 힘을 잃었던 시리아 내 IS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 등은 미군 철수를 환영했다. 자국 내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우려해 시리아 내 쿠르드 반군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터키도 미군 철수를 반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은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내전의 전세를 뒤집는 게 역부족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선임고문을 지낸 크리스티안 휘튼은 폭스뉴스 기고에서 “아사드 정권을 교체하려면 대규모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르드족 반군을 계속 지원하면 터키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