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장년의 갈등이 심하다.”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노인인권보고서’에 담긴 이 같은 내용의 설문에 대해 청장년층 80.4%가 “그렇다”고 답했다. 노인 복지가 확대되면 청년층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노년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첨예하게 두드러지는 지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문제다. 현재 26세인 청년이 연금수령 나이에 도달하는 2057년이면 국민연금은 고갈될 전망이다. 연금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청장년층이 추가로 보험료를 부담해야 49.6%에 달하는 노인빈곤층을 떠받칠 수 있게 되면서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진다는 분석이다.

보험료 인상 논의를 애써 회피하려는 정부의 대처도 세대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11월7일 보건복지부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대폭 끌어올린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5%안’을 청와대에 제출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며 반려했다. 복지부는 결국 △현행 유지 △기초연금 40만원(현행 25만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 등 총 네 가지 안을 제출하면서 국회에 공을 떠넘겼다.

‘만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도 세대 간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하철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부담은 청장년층이 분담하는 구조여서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의 지하철 적자는 2016년 8420억원에서 지난해 906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6개 도시철도의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은 4657억원으로 전체 지하철 적자의 50%를 웃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비 확보로 손실 보전이 불가능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3월 서울시에 제출한 ‘2017~2021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지하철 요금 200원 인상안이 담겼다. 하지만 “노인층도 요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서울시는 “당장 요금 인상을 논의할 시기는 아니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