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심과 동떨어진 선거제도 개편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관철하기 위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투쟁이 9일째에 접어들었다. 70세를 넘긴 손 대표는 단식 후 6㎏ 정도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거듭된 중단 요청에도 손 대표는 “보름이야 견디겠지. 보름 안에 해결해 달라”고 했다.

두 당 대표의 건강이 우려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줄곧 주장하는 대로 국민이 정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라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숫자를 최소한 2 대 1로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지역구 의원의 밥줄이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에서 야 3당의 주장을 두고 “국회의원 수를 늘려 달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세비를 1.8% 인상하는 데도 국민 반대가 극심한데 국회의원 정수를 늘릴 경우 여야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워 조금 부정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 3당은 지난달 8일 응답자의 58%가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민 대다수가 선거제도 개편에 찬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59%는 세비 감축을 전제로 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야 3당은 이날 홍 원내대표를 만나 “한국당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당을 향해 “주말까지 선거제 개혁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야 3당이 설득할 대상은 한국당만이 아니다. 각자에 유리한 아전인수격 여론 해석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