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38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면서 최근 이어진 하락세를 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오전 11시30분 기준 384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 366만원까지 떨어진 후 380만원대에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체인분리) 전쟁 여파로 가격 급락을 거듭했다. 수개월간 7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14일 600만원대, 19일, 500만원대, 22일 4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달 6일에는 300만원대에 진입하며 한 달 만에 반토막 났다.

8일부터는 가격이 상승 전환해 9~10일 한때 400만원선을 회복했다. 이후 380만원대에서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던 비트코인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자 저점을 다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격 하락을 촉발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전쟁이 진정됐고 가격 하락으로 기관투자자가 유입됐다는 분석에서다.

그간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결과 발생한 두 종류의 암호화폐에 ‘BCHABC’와 ‘BCHSV’라는 티커를 붙여왔다. 각각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과 SV 진영의 암호화폐로 어느쪽도 기존 비트코인캐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BCHABC와 BCHSV 티커를 사용하고 있으나 후오비는 지난달 18일 비트코인캐시 ABC가 기존 비트코인캐시 티커 ‘BCH’를 계승하도록 했다. 오케이엑스도 마찬가지. 비트코인캐시 ABC가 비트코인캐시로 시장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사이 스위스의 암호화폐 기반 상장지수상품(ETP)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ETP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상장지수증서(ETC)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의 금융상품이다. 펀드를 잘게 쪼개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시가총액 1800조원 규모인 스위스 4대 증권거래소 SIX에 상장됐다.

암호화폐 기반 ETP는 기존 ETP의 기준을 준수해 기관투자자 접근도 용이하다.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유입을 이끌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그동안 일일 거래량은 평균 2만주 수준에 그쳤다.

비트코인 가격이 4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 6~7일 암호화폐 기반 ETP 거래량은 각각 5만3233주, 6만2986주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 대부분이 순유입이고 구매자들이 ETP를 바로 팔지 않고 보관하는 상황”이라며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틈타 기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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