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130억원 전액 삭감을 주장했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개편 예산이 결국 정부안대로 처리됐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예산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안으로 올려진 159억4900만원으로 확정됐다. 통계청이 올해 29억8200만원이었던 가계동향조사 예산에 조사방식 개편 명목으로 129억6700만원을 더 얹어 내년 예산안에 넣었던 금액 그대로다. 통계청은 가계소득 분배가 올 들어 계속 악화하는 걸로 나오면서 통계 논란이 일자 지난 9월 현재 소득·지출 부문으로 나뉜 가계동향조사를 2020년부터는 통합해 분기별로 공표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 분기별 가계동향조사를 올해부터 없애고 연간 조사인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소득부문 조사에서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아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분기별로 발표되는 소득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없애기로 했던 조사가 계속됐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소득분배가 오히려 악화하는 숫자가 분기마다 발표되면서 정부 내부에서 통계 왜곡 논란이 일었다.

이에 통계청이 또다시 가계동향조사 개편에 나서자 야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입맛에 맞는 통계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결론이 보류됐던 가계동향조사 개편 예산은 결국 소소위 ‘밀실 합의’에서 정부안대로 확정됐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부대의견에서는 개편되는 가계동향조사에 대해 “공표 시기를 2020년 5월 이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2020년 4월에 있을 총선을 감안해 그 이후로 발표 시기를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