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파’를 촬영하면서 제 의견을 가장 많이 얘기한 것 같아요. 전에는 워낙 어려서 제 의견이 틀릴까봐 말을 못했어요. 그런데 말을 해보니까 반영되는 부분도 있고, 감독님이 아니다 싶으면 ‘이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제가 한 명의 배우로서 의견을 섞어가며 연기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됐죠.”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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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MBC ‘배드파파’에서 권투선수 유지철의 고교생 딸 영선 역을 맡은 배우 신은수(16)의 말이다. 신은수는 2016년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의 상대 역을 맡아 데뷔했다. 그해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의 소녀시절을 연기해 주목받았고, 이듬해엔 일본 이와이 ?지 감독의 디지털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에서 배두나의 딸로 등장했다. 올해 영화 ‘인랑’에서 빨간모자 소녀로 강동원과 재회하는 등 짧은 연기 경력에 비해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다.

‘배드파파’는 지상파 첫 주연작이다. 시청률은 3~4%대에 그쳤으나 신은수는 10대의 날선 모습과 여린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영선은 댄서를 꿈꾸는 고교생. 유튜브를 통해서만 춤을 보여주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점차 성장했다. 신은수는 영선에 대해 “저와 동갑인 친구”라고 했다.

“영선이는 겉으로는 툴툴거리지만 그게 다 엄마, 아빠를 걱정해서예요. 그냥 툴툴거리는 것과는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죠. 학교 친구들과 있을 때는 평범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요.”

신은수는 “영선의 첫 안무 장면을 위해 2~3개월 동안 발레와 춤 연습에 몰두했다”며 “촬영이 시작된 뒤로는 연습시간이 부족해 안무가 선생님들과 새벽에 연습해 그날 바로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선에게 얼마나 몰입했을까.

“영선이가 후반에 근무력증에 걸려 병원에 앓아눕잖아요. 그때 감정을 추스를 수 없어서 하루 종일 상기돼 있었어요. 꿈을 눈앞에 두고 쓰러지니까요. 제가 영선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하고 막혔어요.”

신은수는 걸그룹 연습생 출신이다. 이 때문에 연기자로 데뷔하자 JYP가 만든 ‘제2의 수지’라는 말도 나왔다. 신은수의 목표는 “자연스러운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김태리. 맡은 캐릭터에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훌륭하게 표현해 내기 때문이란다. 시종일관 차분함을 잃지 않던 그는 10대 친구들에 대해 얘기할 때는 들뜬 모습도 보였다.

“제 친구들을 포함해 요즘 10대들은 꿈, 진로, 친구 문제 등 고민이 많습니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이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게 저의 20~30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유청희 한경텐아시아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