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대주주인 회사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에버를 상장한 뒤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초 상장 예상

현대오토에버는 22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내년 초 상장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기업공개(IPO)에 나선 건 2015년 이노션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번에 상장하는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설립된 시스템통합(SI) 업체다. SI뿐만 아니라 정보시스템 개발 및 운영 서비스, 컨설팅 엔지니어링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직원 수는 1900여 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IT 업체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현대오토에버 상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다르다. 현대차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90.3%에 달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9.0%, 정 부회장이 19.5%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선제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장 자금을 그룹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가가 떨어진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 8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1.8%) 및 기아자동차(1.7%), 현대글로비스(23.3%), 이노션(2.0%),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위아(2.0%), 서림개발(100%), 현대오토에버(19.5%) 등이다. 주식가치는 대략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사를 통해서도 핵심 인사를 현대오토에버에 속속 배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현대차 IT사업부장이던 오일석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 부회장이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가장 먼저 실시한 인사다. 오 대표는 현대오토에버 미주법인장, 현대차 생산정보화실장 등을 지낸 회사 내 대표적인 IT 전문가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 8월 그룹 기획조정3실장을 맡고 있는 한용빈 부사장을 현대오토에버 감사로 겸직 발령했다. 한 부사장은 올 상반기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담당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올초 KT에서 영입한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전무)을 현대오토에버 상무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가장 주목받는 인물들을 현대오토에버에 배치한 건 그만큼 이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룹 내부에서도 현대오토에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지배구조 개편 본격화하나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향후 주력 계열사 분할 및 합병 등을 통한 사업구조 개편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장 플랜트 업체인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시나리오도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접 상장하는 대신 상장 건설사인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번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5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작업을 중단한 이후 한동안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지만, 얼마 전부터 ‘밑그림 그리기’에 다시 나섰다는 후문이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발표를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 다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