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새 개편안 모비스에 유리, 글로비스에 불리"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분할·합병안의 중심축이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모비스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28% 오른 24만7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4.98% 하락한 14만3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기존 개편안이 모비스에는 부정적이고 글로비스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현대차그룹이 이를 거둬들이자 두 종목의 주가 등락이 뒤바뀌었다.
현대모비스 주식 웃고 글로비스 울고… 그룹 개편안 철회 영향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 모비스의 사업 중 모듈사업 부문과 A/S 부품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글로비스에 흡수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오는 29일 모비스와 글로비스 주주총회를 열어 이러한 분할·합병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이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줄줄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개편안의 주총 통과가 불확실해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새로 마련할 개편안은 기존안보다 모비스에 유리하고 글로비스에는 불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계획 철회 사유가 모비스 주주의 반발, 즉 글로비스 주주에게 유리하게 짜인 계획 때문임을 고려하면 이번 이벤트는 글로비스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수정안에는 합병비율 조정 방안, 사업적 시너지 및 그룹 비전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포함될 것"이라며 "수정된 개편안은 기존안보다 현대모비스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는 국내 모듈과 수익성 높은 국내 A/S 사업 부문 합병이 예상됐던 글로비스에는 부정적이고, 모비스는 불확실성 해소로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현대글로비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비스 기존 주주의 수혜는 원안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17만원으로 내렸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분할·합병안이 현대글로비스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던 만큼 구조개편안 철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현재 글로비스 주가는 이미 분할·합병안 부결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 있지만 결국 현 수준 이상에서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모비스 주식 웃고 글로비스 울고… 그룹 개편안 철회 영향
한편 증권가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개편안 철회가 기업 의사결정에서 주주 동의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합병안 중단은 주주 동의 없는 기업 의사결정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며 "주주들에게 충분한 '당근'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주주에게 득이 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 역시 "현대차가 양도세 납부 등 정공법을 택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당국에서도 납득할 정도의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소통 부족 등으로 주주들을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며 "(이번 개편안 철회 결정은) 회사 주인이 주주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