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반도체는 소송에 시달렸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자 강자들이 견제를 시작했다. LED(발광다이오드) 세계 1위 일본 니치아, 조명 시장의 강자 필립스 등이 특허 소송을 걸어왔다. 서울반도체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합의하지 않고 몇 년간의 소송을 버텨냈다. 결과는 승리였다. ‘이기는 습관’이 생긴 서울반도체는 공격으로 전환했다. 세계 LED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확보한 특허를 무기로 LED 먹이사슬에서 상위 포식자의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이런 특허의 힘은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과 하락장에서의 빠른 회복력으로 나타났다. 서울반도체의 연구개발(R&D)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특허소송에서 타협하지 않는 정면돌파 전략, 항상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는 고급화 전략, 경쟁업체보다 더 쏟아붓는 ‘물량 전략’ 등이다.다 사라진 LED 시장10월 초 코스닥지수는 816으로 시작했다. 하락을 거듭하며 월말 644까지 내려앉았다. 하락률은 26.7%. 이런 급락장에서 서울반도체 주가는 버텨줬다. 10월 한 달간 낙폭은 8.3%에 불과했다. 이후 코스닥은 700선을 겨우 회복하는 데 그쳤지만 서울반도체는 19일 2만2450원에 거래를 마치며 10월 초 수준을 회복했다. 잇따른 특허 소송 승리 소식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3분기 매출 3203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을 기록했다. 레드오션이 된 LED 시장에서 거둔 성적표라는 점에서 시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얼마 전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직원들에게 표 한 장을 보여주며 회사의 위상을 설명했다. 표에는 과거 LED사업에 뛰어든 91개 업체의 명단과 현황이 적혀 있었다. 65개 업체는 사업 종료, 16개 업체는 소량 생산, 5개 업체가 정상영업 중이었다. 5개 업체 중 국내에서 생산하는 회사는 서울반도체와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국내 업체 대부분은 사업을 접거나 소량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서울반도체)를 빼곤 국내에서 대규모로 LED 사업을 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 기반은 R&D 투자였다. 작년 서울반도체 R&D 투자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 대비 10%가량을 R&D에 쏟아부었다. 세계 LED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비용은 5% 수준이다.특허분쟁 무패 비결소송은 서울반도체가 R&D에 전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2006년 1월 니치아로부터 소송장이 날아들었다. LED를 포장하는 패키지 모양을 베꼈다는 디자인 침해 소송이었다. 니치아가 공격한 모델은 판매량이 적어 판매를 포기해도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긴급회의를 열어 정면돌파를 결정했다. 특허업무를 맡고 있는 조대성 실장은 “첫 번째 싸움에서 지면 기세가 꺾여 그 뒤로도 쭉 패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싸웠다”고 전했다. 수년간 소송이 이어졌다. 결과가 나왔다. 서울반도체의 승리였다. 이 소송을 통해 서울반도체는 자신감을 얻었다.다음 상대는 필립스였다. LED 칩의 구조와 관련해 특허 소송을 걸어왔다. 조 실장은 “LED 칩 구조는 R&D의 결과물이어서 자신있게 소송에 응해 양사가 모두 이용하는 교차 라이선스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후 니치아와 필립스는 더 이상 서울반도체를 공격하지 않았다. 2014년 이후 서울반도체는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신, 특허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1만4000개의 특허를 기반으로 미국 LED업체와 TV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모두 이겼다. 2006년 이후 최근까지 서울반도체가 진행한 소송은 200여 건에 이른다. 판결이 난 소송에서 한 건도 패소하지 않았다. 서울반도체가 특허전쟁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기업이념과 비슷한 느낌이다. “비즈니스는 전쟁이다. 시장 논리로 무장하고 프로전사가 되어라.”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존2010년께 대부분의 LED 업체는 TV용 제조에 주력했다. 공급이 부족한 ‘쇼티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고급 조명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태양광의 파장을 재현하거나 살균 기능 등을 담은 제품이다. 기술력 없는 업체들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자동차 조명에도 투자했다. 현재 서울반도체 매출 중 고기능성 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는 중국산의 저가공세에 서울반도체가 경쟁력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는 밑천이 됐다. 이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한 덕에 국내에서 제조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레고켐바이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19일 오전 9시 29분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레고켐바이오는 전 거래일보다 2400원(4.77%) 상승한 5만27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는 브릿지바이오의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인 'BBT-877'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진입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는 소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브릿지바이오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신약후보물질인 BBT-877의 세계 독점실시권을 확보했다.더불어 레고켐바이오의 항체-활성제 결합체와 제조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 취득 소식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6일 항체-활성제 결합체와 제조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주목받는 항체-약물 결합체(ADC)와 관련한 특허로 이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등록됐다"며 "이를 활용해 여러 적응증을 대상으로 차세대 ADC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국가 보유 특허와 관련한 규제가 완화된다. 국유 특허의 독점적 사용권인 전용실시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게 하고, 특허 사용료 납부 체계도 다변화한다. 국유 특허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유 특허 활용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국유 특허는 국가 공무원이 직무과정에서 개발한 발명으로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등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국유 특허는 매년 20~25%씩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보건연구원 등 국립연구기관 연구개발(R&D) 예산이 8000억원 선까지 증가한 데 힘입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유 특허 등록은 6267건에 달했다. 하지만 국유 특허 활용률은 21.7%에 그치고 있다.정부는 특허 활용률을 2022년까지 대학이나 공공 연구원들과 비슷한 수준인 3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용실시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국유 특허를 5년만 활용할 수 있었고 기간 연장도 한 번까지만 가능했다. 제약과 바이오 등 R&D에 10년 이상 소요되는 분야에서 국유 특허를 활용하지 못한 배경이다. 혁신방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들은 두 번 이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정부의 특허료 과금 체계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매출에 비례해 사용료를 받았지만 기업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납부 방식을 허용할 방침이다. 사용료 정보만 얻으면 매출을 짐작할 수 있어 매출 노출을 꺼리는 기업들이 국유 특허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감안했다. 국유 특허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국립연구기관이 특허를 기업에 현물 출자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이번 혁신안은 관리에 치중했던 국유 특허를 사업화로 연계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세부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연내에 발명진흥법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