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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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720만원대였던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15일 폭락해 한때 65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급락 원인으로는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로 촉발된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와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의 분쟁이 지목된다. 고래(큰손)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다.

비트코인캐시는 6개월마다 하드포크(기존 블록체인에서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 파생)를 수행해왔다. 16일로 예정된 하드포크의 방향성을 두고 비트코인캐시 ABC(코어 비트코인캐시) 진영과 비트코인캐시 SV(사토시비전) 진영이 충돌한 게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한 시장 불안이 결국 암호화폐 시세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양측은 다른 안을 내놨다. 비트코인캐시 ABC는 새로운 네트워크 처리방식을 도입해 비트코인캐시의 처리속도를 개선하는 안을, 비트코인캐시 SV는 기존 네트워크 방식을 유지하면서 블록 크기를 늘려 속도를 높이는 안을 내놨다.

비트코인캐시 ABC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업 비트메인과 비트코인닷컴이, 비트코인캐시 SV는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긱과 스타트업 엔체인이 각각 이끌고 있다. 더 많은 해시파워(암호화폐 채굴능력)를 갖춘 방향으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가 이뤄지므로 양측이 파워 대결에 나섰다.

더 많은 해시파워를 차지한 것은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이 이끄는 비트코인캐시 SV 진영이다. 암호화폐 데이터 모니터링업체 코인댄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캐시 SV는 72~80%, 비트코인캐시 ABC의 해시파워는 16~27%로 분석됐다. 다만 비트코인캐시 네트워크의 2246개 노드(참여자)는 비트코인캐시 ABC가 1080여개, 비트코인캐시 SV는 160여개 수준이어서 한쪽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혼전이 됐다.

그러던 와중에 비트코인캐시 SV 진영 크레이그 수석연구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이 살아남을 미래는 없다. (그들이) 무너질 때까지 레이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도발했다. 그러자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는 "비트코인 채굴에 쓰고 있는 해시파워를 비트코인캐시에 투입할 수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비트메인은 BTC닷컴, 앤트풀, 비아BTC 등 산하 채굴업체를 통해 비트코인 해시파워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해시파워를 비트코인캐시 쪽으로 돌릴 경우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는 우 대표가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그럴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5000달러(약 560만원)까지 떨어질 것이기에 (실제) 행동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세계 최대 채굴기업이 보유한 해시파워를 임의로 특정 암호화폐로 이동시킬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크레이그 수석연구원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캐시로 옮겨올 경우 보유한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받아쳤다. 크레이그는 스스로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한 인물. 11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던 적 있는 만큼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짐작된다.

업계는 이들의 분쟁으로 인해 비트코인 해시파워 감소, 대량 매도 우려가 제기돼 기관 등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장주 격 비트코인 폭락으로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크게 빠져 이날 한때 240억달러(약 27조2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건 암호화폐가 몇몇 거물의 파워게임으로 수십조원을 날린 셈이 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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