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건조해 노르웨이 크누센사에 인도한 LNG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노르웨이 크누센사에 인도한 LNG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배 가격)가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한국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 실적에서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운회사 운임과 선박 발주량도 함께 상승하고 있어 꽁꽁 얼었던 조선시장이 해빙기에 들어설지 관심이다.

4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7월 128 △8월 129 △9월 130으로 3개월 동안 매달 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월(125)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5포인트 올랐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놓고 가격을 비교해 매긴다.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조선업 "긴 겨울 끝났다" vs "아직은 살얼음판"
LNG선 수요 증가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까지 130에 머물러 있지만 상승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수출입 화물을 나르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어나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컨테이너선 발주는 493만7708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수)로 지난해 발주량(360만8164CGT)을 넘어섰다.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1억1400만달러로, 작년(1억700만달러)보다 6%(700만달러) 상승했다. 2015년(1억1600만달러) 후 최고치다.

환경 규제 여파로 늘어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도 조선업 경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클락슨리서치는 지난 9월 올해와 내년 LNG 운반선 발주 예상 척수를 55척과 61척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3월 각각 37척, 39척에서 대폭 상향 조정한 수치다. 2020~2023년에는 매년 평균 46척, 2024~2027년에는 56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됐다.

LNG 운반선 운임도 상승세다. LNG 운반선의 평균 운임은 지난해까지 3만~4만달러에 머물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해 올해 3분기 8만2000달러까지 올랐다. 클락슨리서치는 작년 2억9200만t이던 세계 LNG 물동량이 올해는 11% 늘어난 3억2400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올해 말까지 LNG운반선의 신조선가가 지금보다 최대 7~8%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낙관론 경계 우려도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사들의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에 매출 1조3138억원, 영업손실 127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5143억원) 이후 4분기째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예고했다.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도 애초 2400억원에서 42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현대미포조선은 3분기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 추정치(262억원)를 밑도는 수치다. 현대중공업도 520억~7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과 달리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업계는 올해 실적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꼽는다. 통상 선박 건조 비용 중 철강 비중은 20% 안팎으로 철강 가격이 10% 오르면 전체 건조 원가는 약 2% 상승한다. 철강사들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한 차례씩 올렸고,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t당 후판 가격은 2015년 5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70만원 수준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올해 수주 실적은 1~2년 뒤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에도 적자를 내는 회사가 있을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인상,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