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직원들이 서울 종로 그랑서울 빌딩 23층의 공유오피스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다.  /한경DB
SK그룹 직원들이 서울 종로 그랑서울 빌딩 23층의 공유오피스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다. /한경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과 제도를 재설계하라”고 주문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경영 실적과 함께 주요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적극 추구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 회사·부서 구분없는 '공유 오피스' 도입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각 계열사 CEO들은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위해 경영 목표를 재설정하고 있다. 일하는 공간 개선, 조직구조 개편, 협업 체계 구축 등 일하는 방식도 혁신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유소의 남는 공간을 개인 간 택배 집하소로 활용해 소비자 편익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룹 지주사인 SK(주)는 국내외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면서 교통 정체와 환경 오염이라는 사회 문제 해결에도 신경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환경과 상생을 앞세워 친환경 반도체 공장 구축 및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등 지속경영을 위한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SK그룹의 기업문화 혁신은 사무공간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은 준공 19년 만에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 회사는 서린빌딩 맞은편에 있는 그랑서울 빌딩으로 이사했다. 그랑서울 21~24층에서 생활하는 이들 직원은 공유 사무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글로벌 공유 사무실 ‘위워크’와 구조가 비슷하다. 특히 22~23층에서는 회사나 부서 구분 없이 누구나 어울려 일할 수 있다.

23층 내 라운지는 방문객 접견 장소와 개인 업무 공간이 어우러져 스타벅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업무 공간에서는 독서실형, 테이블형, 노트북 전용, 입식 등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에서 일할 수 있다. 정해진 자리가 없는 만큼 매일 출근 30분 전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예약한다. 무거운 자료 등은 개인 사물함에 보관할 수 있다.

SK그룹이 사무 공간 변화에 나선 것은 최 회장이 주창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독서실 칸막이 같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사무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최 회장의 주문이 사무공간 변화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서린빌딩 리모델링이 끝나면 SK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주사인 SK(주)는 사무 환경 변화가 신성장 사업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서울에 4개 자회사가 있는 만큼 자회사 간 시너지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