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당첨자들의 평균가점이 69.97점으로 가장 높았던 ‘신길파크자이’. 한경DB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당첨자들의 평균가점이 69.97점으로 가장 높았던 ‘신길파크자이’. 한경DB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당첨자 평균 가점은 55.75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커트 라인’인 당첨자들의 최저 가점은 42.95점으로 집계됐다.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에서 청약가점제가 전면 확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36.39점)보다 6.56점 올랐다.

◆서울 ‘커트 라인’ 36.39점→42.95점

청약가점제 확대된 후 국민주택규모 이하 당첨자들의 커트 라인이 확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 후속으로 가점이 높은 무주택들에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작년 10월부터 서울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경과하고 서울 지역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청약 1순위(당해지역) 지원 자격이 주어졌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청약자격은 100% 가점제를 적용했다.

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에서 청약을 받은 21개 아파트 단지의 당첨자 커트 라인은 42.95점으로 40점대를 넘어섰다. 가점제 확대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청약을 받은 28개 단지 36.39점에 비해 6.56점 오른 수준이다. 1년 동안 부양가족이 한 명 늘어났더라도(5점) 커트 라인을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다. 6점은 무주택기간이 3년 연장되거나 통장가입기간이 6년 늘어나야 하는 점수다.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도 소폭 올랐다. 지난해 1~10월엔 가점제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이 52.35점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55.75점으로 3.4점 상승했다. 단지별 최고 가점은 평균 70.43점에서 73.05점으로 2.62점 올랐다.
[집코노미]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 1년 동안 얼마나 올랐나
84점이 만점인 청약가점은 부양가족(35점)과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순으로 비중이 높다. 부양가족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해 1명당 5점이 올라 단위가 가장 크다. 무주택기간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이 가산된다. 만 30세 이전 결혼했다면 혼인신고일부터 계산된다. 청약통장은 가입 직후 2점이 가산되고 이후 1년마다 1점씩 오른다.

◆디에이치자이개포 59점…현진리버파크 11점

올해 커트 라인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연초 ‘로또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와 신길뉴타운 ‘신길파크자이’의 59점으로 나타났다. 네 식구의 세대주(20점)이면서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을 꽉 채우고(17년), 무주택기간 11년(22점)을 유지해야 턱걸이로 당첨 가능했던 셈이다. ‘고덕자이(57점)’를 비롯해 ‘노원꿈에그린(56점)’, ‘래미안목동아델리체(55점)’, ‘힐스테이트신촌(55점)’, ‘마포프레스티지자이(54점)’가 뒤를 이었다.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커트 라인은 59점으로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경DB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커트 라인은 59점으로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경DB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선 최고 가점자 나왔다. 논현동에서 분양한 ‘논현아이파크’와 함께 당첨자의 최고 가점이 79점으로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전체 당첨자들의 평균가점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신길파크자이(69.97점)였다. 디에이치자이개포(68.20점)와 마포프레스티지자이(67.17점), 노원꿈에그린(65.33점) 등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힐스테이트신촌(64.50점)과 고덕자이(63.42점), 래미안목동아델리체(62.59점), ‘당산센트럴아이파크(61.76점)’도 평균 가점이 60점대를 넘겼다.

시공사 규모별로 나눠보면 대형 건설사와 중견사들의 온도 차이가 컸다. 시공능력 상위 10위 이내 건설사가 분양한 10개 단지의 당첨자 커트 라인은 50.30점으로 중견사(34.35점)보다 15.95점 높았다. 전체 당첨자의 평균 가점도 62.27점으로 대형 건설사가 중견사(49.83점) 대비 12.44점 높았다. 올해 대형 건설사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지난해 대비 5.08점, 중견사는 4.97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 분양 단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만큼 낮은 가점으로도 당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최신 평면을 적용하거나 금융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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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 중에선 10점대 커트 라인도 나왔다. 중소 건설사가 내놓은 소규모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월 천호동에서 분양한 ‘현진리버파크’의 커트 라인은 11점에 불과했다. 전체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도 25.59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외에도 ‘솔밭공원승윤노블리안(15점)’과 ‘서초동DK밸류시티(17점)’ 등 중소 건설사들의 아파트 당첨 커트 라인이 낮았다. 평균 가점도 30점대로 인기 단지 대비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다만 주택형별로는 높은 가점대 당첨자도 나왔다. 서초동DK밸류시티의 경우 최고점 당첨자의 가점은 71점으로 최저 가점 당첨자(17점)와 54점 차이를 보였다.

◆주택공급규칙 또 개정…역차별 논란도

청약가점제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확대 적용됐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속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 85㎡ 이하 주택형에 100% 가점제가 적용됐다. 조정대상지역이던 서울에서 종전엔 이 비율이 40%였다. 하지만 8·2 대책을 통해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상향된 비율(종전 75→100%)을 적용받았다.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한 취지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결혼을 하지 않아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해당되지 않는 젊은 세대나 부양가족이 많지 않은 40대의 경우 1순위 자격이 되더라도 가점에서 밀리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실수요자가 당첨의 행운을 누릴 수 있도록 가점제를 현재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단 해당 지역 상황별로 다른 가점 방식을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도시에선 젊은 세대가 혜택을 보게 하고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선 노년세대의 당첨이 쉽도록 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한 차례 더 개정된다. 내달 말 공포·시행될 예정인 주택공급규칙은 추첨제 공급 물량의 75%(투기과열지구 기준)를 무주택자에게 배정하고 분양권을 주택으로 간주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은 전용 85㎡ 초과 물량의 50%에 대해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추첨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상향된 75%를 무주택자 대상으로 추첨해 당첨자를 뽑는다. 또한 당첨된 분양권을 처분하기 전까지는 기존과 달리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로 판정돼 사실상 다시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규제로 당첨만 되면 높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며 “유주택자가 청약에서 배제되더라도 경쟁률이나 가점이 하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