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이란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앞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미국으로 하여금 중동의 주요 동맹 사우디를 제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있어서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5센트 상승한 69.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5센트 오른 79.83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진 뒤 2016년 20달러 선까지 떨어진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 등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베네수엘라 생산 감소 등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일단 석유를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우에 따라) 1973년처럼 서방에 석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하루 평균 1070만 배럴 수준인 산유량을 1100만 배럴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아브히섹 쿠마르 인터팍스에너지 수석연구원은 “사우디의 증산 다짐에도 유가는 보합세로 마감했다”며 “사우디가 (제재로 인한) 잠재적인 이란 생산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날 이란 매체 샤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받아 원유 수출이 막히면 공급 부족으로 유가는 오를 것”이라며 “원유 수입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