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거리…아날로그 감성에 취해 우리 둘이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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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서울관광재단과 함께하는 숨겨진 서울 이야기 (1)
성수동 붉은 벽돌마을·공씨책방
중랑구 용마랜드·북촌 계동길 등
서울 구석구석 정취와 매력에 빠져봅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거리 이야기
서울관광재단과 함께하는 숨겨진 서울 이야기 (1)
성수동 붉은 벽돌마을·공씨책방
중랑구 용마랜드·북촌 계동길 등
서울 구석구석 정취와 매력에 빠져봅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거리 이야기
때로는 익숙한 동네 길을 벗어나 다른 동네를 걸으면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다 우연히 마을에 숨어 있는 사연과 마주치는 기쁨을 얻기도 한다. 이것이 서울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숨은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도시, 서울 구석구석에 숨은 새로운 명소, 지역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들을 발견해가며 서울을 들여다보면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매력적이고 즐거운 여행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서울, 그 가운데 느리게 변하는 마을이 있다. 서울의 근대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마을에는 서울에서 수십 년을 이어오며 살아온 사람들의 체취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서울,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서울에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거리를 걸어보자.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무채색의 공장지대와 빨간 벽돌집이 촘촘했던 성수동이 최근 서울에서 가장 각광받는 곳이 됐다. 낡은 공장과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나 스튜디오, 디자이너숍이 들어서면서 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성수동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붉은 벽돌마을’이다. 서울숲 옆 골목에 들어서면 사방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 창고,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이곳이 붉은 벽돌마을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붉은 벽돌집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을 ‘붉은 벽돌마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지정해 지역 건축자산으로 보전하고 있다.
성수동의 또 하나 명소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공씨책방’으로, 2대가 가업을 이어온 오래된 헌책방이다. 공씨책방은 1972년 동대문구 이문동 경희대 앞에 처음 문을 열었다. 1980년대 광화문을 거쳐 신촌에서 23년간 헌책방을 운영했다.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물창고이자 추억이 깃든 곳이다. 성수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만난다. 1970년대에는 성수역과 화양역 사이에 봉제 공장이 많았다. 봉제산업은 제화산업으로 이어져 많은 제화업체가 성수동으로 모여들었다. 대형 브랜드 제화업체들은 성수동을 떠났지만 하청업체가 남아 수제화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성수동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들면서 건물에 직접 벽화를 그렸다. 벽화골목, 연무장길은 섬세하게 그린 동양화와 모카책방의 노란색 벽화가 눈에 띈다. 노란 벽화는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수제화 거리에서 이어지는 카페거리는 성수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에 독특한 카페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1970년대 정미소였다가 이후 창고로 사용됐던 ‘대림창고’는 빨간 벽돌을 그대로 살린 멋스러운 카페로 거듭났다.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와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같은 분위기 덕분에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멈춰진 시간 속으로 용마랜드
산 아래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던 회전목마는 멈췄다. 알록달록한 놀이기구들은 세월의 더께를 입은 듯 녹슬었다.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 기슭에 있는 용마랜드는 1983년 놀이공원으로 개장했다가 2011년 문을 닫았다. 시간이 멈춘 용마랜드에 최근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놀이동산은 변한 것이 없지만 새로운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추억의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진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낡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 있어 웨딩사진을 찍거나 패션 화보를 찍기도 한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백지영, 아이유, 엑소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외국인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멈춰버린 놀이기구, 성처럼 예쁜 스튜디오,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을 파는 매점, 고장 나서 한쪽에 버려진 놀이기구들이 있는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풍경이 담긴다. 산기슭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가을날, 추억을 저장하러 나들이 나온 친구들과 데이트하는 커플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6070 추억의 거리
서울 한복판, 경복궁 내의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에 추억의 거리가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정겹다. 국립민속박물관 담장 아래에는 어린 시절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조형물 등에 올라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정문에 들어서면 전통마을이 재현된다. 근·현대의 거리에서 시대 생활상이 펼쳐진다. 장승과 돌탑, 1848년 지어진 경북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에 있던 가옥을 옮겨와 복원한 오촌댁과 효자각,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전통마을은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근대화 거리의 오래된 사진관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은 리어카에서 말타기를 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맑다. 고향 집밥이 그리운 국밥집,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던 다방, 만화방, 이발소, 의상실 등 거리를 걸으며 1960~1970년대를 아련하게 추억할 수 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들, 1970년대 교복 복장을 한 가족들, 복고풍의 양장을 차려입은 숙녀들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 젖어든다.
아날로그 향수가 흐르는 계동길
서울의 근대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북촌에는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삼청동, 가회동, 원서동, 계동의 네 갈래 길 가운데 계동길은 풍경이 다르다. 한국의 198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계동길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서울중앙고등학교가 있다. 중앙고 정문 밖으로 곧게 뻗은 길은 현대 계동 사옥까지 이어진다. 중앙고에서 계동길 추억 여행을 시작한다. 중앙고는 벽돌로 지은 근대식 건물이 고풍스럽다.
일제강점기 구국정신으로 설립된 학교는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3·1운동의 책원지’라고 새긴 기념비와 6·10만세기념비, 3·1기념관이 중앙고 내에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구국 활동의 발원지였던 이곳이 드라마 속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학교 정문 밖으로 나서면 아날로그 향수가 묻어나는 계동길로 이어진다. 변화가 빠른 서울에서 계동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오래된 문방구는 피자가게로, 목욕탕은 세련된 안경점으로, 소아과는 옷가게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가게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소한 깨소금 냄새를 풍기는 참기름집, 세월의 때는 벗기지 못하는 세탁소, 참새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떡방앗간, 흑백 필름으로 촬영과 인화까지 해주는 흑백사진관, 오래된 분식집이 늘어선 거리는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서울, 그 가운데 느리게 변하는 마을이 있다. 서울의 근대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마을에는 서울에서 수십 년을 이어오며 살아온 사람들의 체취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서울,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서울에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거리를 걸어보자.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무채색의 공장지대와 빨간 벽돌집이 촘촘했던 성수동이 최근 서울에서 가장 각광받는 곳이 됐다. 낡은 공장과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나 스튜디오, 디자이너숍이 들어서면서 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성수동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붉은 벽돌마을’이다. 서울숲 옆 골목에 들어서면 사방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 창고,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이곳이 붉은 벽돌마을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붉은 벽돌집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을 ‘붉은 벽돌마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지정해 지역 건축자산으로 보전하고 있다.
성수동의 또 하나 명소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공씨책방’으로, 2대가 가업을 이어온 오래된 헌책방이다. 공씨책방은 1972년 동대문구 이문동 경희대 앞에 처음 문을 열었다. 1980년대 광화문을 거쳐 신촌에서 23년간 헌책방을 운영했다.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물창고이자 추억이 깃든 곳이다. 성수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만난다. 1970년대에는 성수역과 화양역 사이에 봉제 공장이 많았다. 봉제산업은 제화산업으로 이어져 많은 제화업체가 성수동으로 모여들었다. 대형 브랜드 제화업체들은 성수동을 떠났지만 하청업체가 남아 수제화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성수동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들면서 건물에 직접 벽화를 그렸다. 벽화골목, 연무장길은 섬세하게 그린 동양화와 모카책방의 노란색 벽화가 눈에 띈다. 노란 벽화는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수제화 거리에서 이어지는 카페거리는 성수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에 독특한 카페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1970년대 정미소였다가 이후 창고로 사용됐던 ‘대림창고’는 빨간 벽돌을 그대로 살린 멋스러운 카페로 거듭났다.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와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같은 분위기 덕분에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멈춰진 시간 속으로 용마랜드
산 아래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던 회전목마는 멈췄다. 알록달록한 놀이기구들은 세월의 더께를 입은 듯 녹슬었다.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 기슭에 있는 용마랜드는 1983년 놀이공원으로 개장했다가 2011년 문을 닫았다. 시간이 멈춘 용마랜드에 최근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놀이동산은 변한 것이 없지만 새로운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추억의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진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낡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 있어 웨딩사진을 찍거나 패션 화보를 찍기도 한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백지영, 아이유, 엑소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외국인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멈춰버린 놀이기구, 성처럼 예쁜 스튜디오,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을 파는 매점, 고장 나서 한쪽에 버려진 놀이기구들이 있는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풍경이 담긴다. 산기슭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가을날, 추억을 저장하러 나들이 나온 친구들과 데이트하는 커플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6070 추억의 거리
서울 한복판, 경복궁 내의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에 추억의 거리가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정겹다. 국립민속박물관 담장 아래에는 어린 시절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조형물 등에 올라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정문에 들어서면 전통마을이 재현된다. 근·현대의 거리에서 시대 생활상이 펼쳐진다. 장승과 돌탑, 1848년 지어진 경북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에 있던 가옥을 옮겨와 복원한 오촌댁과 효자각,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전통마을은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근대화 거리의 오래된 사진관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은 리어카에서 말타기를 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맑다. 고향 집밥이 그리운 국밥집,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던 다방, 만화방, 이발소, 의상실 등 거리를 걸으며 1960~1970년대를 아련하게 추억할 수 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들, 1970년대 교복 복장을 한 가족들, 복고풍의 양장을 차려입은 숙녀들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 젖어든다.
아날로그 향수가 흐르는 계동길
서울의 근대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북촌에는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삼청동, 가회동, 원서동, 계동의 네 갈래 길 가운데 계동길은 풍경이 다르다. 한국의 198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계동길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서울중앙고등학교가 있다. 중앙고 정문 밖으로 곧게 뻗은 길은 현대 계동 사옥까지 이어진다. 중앙고에서 계동길 추억 여행을 시작한다. 중앙고는 벽돌로 지은 근대식 건물이 고풍스럽다.
일제강점기 구국정신으로 설립된 학교는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3·1운동의 책원지’라고 새긴 기념비와 6·10만세기념비, 3·1기념관이 중앙고 내에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구국 활동의 발원지였던 이곳이 드라마 속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학교 정문 밖으로 나서면 아날로그 향수가 묻어나는 계동길로 이어진다. 변화가 빠른 서울에서 계동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오래된 문방구는 피자가게로, 목욕탕은 세련된 안경점으로, 소아과는 옷가게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가게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소한 깨소금 냄새를 풍기는 참기름집, 세월의 때는 벗기지 못하는 세탁소, 참새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떡방앗간, 흑백 필름으로 촬영과 인화까지 해주는 흑백사진관, 오래된 분식집이 늘어선 거리는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