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시공·제작사에 손실 떠넘기다 적발…해임도 가능하나 견책"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15일 "한국전력 직원들이 전선 공사를 하다 입은 손실을 감리·시공·제작사에 떠넘기려다 적발됐으며,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우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자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경인건설본부 남서울건설지사는 지난해 11월 관할 구역에서 지중선(지하에 매설하는 전선) 공사를 하다 가스절연모선(GIS)이 불타는 사고를 냈다.

가스절연모선은 옥내외 발전소와 변전소에서 유사시 선로를 막아 기기를 보호하는 개폐 장치로, 복구비용 4억원, 발전제약비용 5억원을 합해 한전의 손실액이 총 9억원에 달했다.

공사를 담당한 한전 직원들은 사고 발생 사실을 본사와 지역본부에 보고해야 했으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을'의 입장에 있는 감리·시공·제작사에 전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감독관인 박모 씨와 직속 상급자인 류모 씨는 부서장 이모 씨의 승인을 받은 후 감리·시공·제작사와 개별 면담에 나서 복구비용을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감리사는 전체 계약금액의 30%에 달하는 4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시공사는 한전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제작사는 2억5천만~3억원에 달하는 수리비용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한전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런 상황을 확인했으나, 박 씨에게는 감봉 1개월, 류 씨와 이 씨에게는 각각 '견책'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만을 내렸다는 게 우 의원의 지적이다.

우 의원은 "회사 손실이 9억원에 달하는 데다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고의적인 만큼 정직이나 해임의 중징계도 가능했다"며 "한전이 공공기관으로서 갑의 횡포를 얼마나 안이하게 판단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한전, 협력업체에 '갑질'한 직원에 솜방망이 징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