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과 인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과 인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도 꺼냈다. 유가 고공행진, 신흥국 위기 확산, 국내 고용둔화, 설비투자 급감 등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부상하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10개월 동안 유지하던 ‘경기 회복세’ 판단을 버린 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까지 추가로 낮출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경기 하강국면 공식화도 머지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내외 여건, 정부 전망보다 악화”

김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대내외 여건이 지난번 (정부) 전망보다 악화한 것이 사실”이라며 “12월에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공개할 때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담겼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어떻게 조정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어려워진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향조정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또 성장률 하향 검토…정부, 경기하강 공식화하나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9%, 내년 2.8%로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씩 내려 잡았다.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고, 고용과 소득분배 부진도 단기간에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였다.

이후 국내 민간 연구기관과 국책 연구기관, 해외 기관들은 줄줄이 정부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9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8%, 내년 2.6%로 제시했다. 올 2월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는 0.2%포인트, 내년은 0.3%포인트 내린 수치였다.

정부는 앞서 공식적인 경기 진단 보고서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낙관론도 접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매달 명시했던 ‘경제 회복세’라는 문구를 10월호에서는 쓰지 않았다. “투자와 고용은 물론 국제 유가가 우호적이지 않고 미·중 통상갈등도 있다”는 진단 때문이었다.

◆국제 유가, 경제 복병으로

국제 유가 상승은 그린북 10월호에서 새롭게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리고 가계의 소비여력을 감소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주요 수입품목인 원유 가격이 오르면 교역조건도 나빠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8월 93.96으로 작년 동기 대비 9.1% 하락했다. 다음달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 제재를 앞두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현재 배럴당 80달러대인 브렌트유는 연말에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에 나서는 배경이다.

정부는 그린북 10월호를 발표하면서 “경기 침체는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대내외 여건이 더욱 악화되면 조만간 경기 하강국면 선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경기 하강국면 진입 여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내 경기 추세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