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다품종 소량생산…글로벌 1위 CMO 굳힐 것"
“내년 하반기에는 4공장 건설 계획이 구체화될 것입니다. 기존의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제조 혁신을 거듭해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업체로 입지를 굳히겠습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사진)은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IFEMA에서 열린 국제의약품박람회(CPhI)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3공장이 지난 10월 시생산을 시작하면서 베링거인겔하임 론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CMO가 됐지만 공장 추가 건설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제약 전시회인 CPhl에서 김 사장이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IT·BT 융합이 향후 40년 이끌 것”

김 사장은 이날 ‘바이오 라이브’ 행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7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CMO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삼성이 바이오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3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며 무슨 사업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의사결정이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되기 전 3년 동안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신사업팀에서 다양한 산업을 검토했다. 김 사장은 “3년간 직접 발로 뛰며 바이오산업을 조사했고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우리만의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며 “그 결과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이 전 세계 두 곳밖에 없는 CMO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적기에 바이오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의 미래도 낙관했다. 그는 “지난 40년은 정보기술(IT)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가는 성장동력이었다면 앞으로 40년간은 IT와 바이오기술(BT)의 융합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고령화, 질병 증가, 과학지식 발달, 부의 증가 등으로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 구축”

김 사장은 생산만 하는 CMO를 넘어 생산 이전 단계인 위탁개발(CDO)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키울 계획도 밝혔다. CDO는 바이오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무한 증식이 가능한 세포주를 개발하는 것부터 생산 공정 개발, 임상 물질 생산까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올초 국내 신약개발기업 이뮨온시아를 비롯해 3건의 CDO 계약을 체결했고 10여 개 기업과 수주 논의를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만간 자체 개발한 세포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세포주를 사용하면 세포주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공정 개발 효율성과 수익성 두 가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6만L의 대규모 공장이 과잉 생산 문제에 부딪힐 우려에 대해선 “미해결 과제였던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치료제가 개발되면 CMO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을 때 대량생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소규모 생산 방식인 ‘싱글 유스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도 밝혔다. 싱글 유스 시스템은 대형 바이오리액터(배양기) 대신 이동이 가능한 소형 배양기에 1회용 비닐백을 사용해 설비를 소독, 세척할 필요가 없다.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다양한 제품을 교체 생산할 수 있어 GE헬스케어, 머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은 대규모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며 “CDO 사업과 임상물질 소량 생산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싱글 유스 시스템도 동시에 구축해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드리드=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