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달 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때 불공정한 환율개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는지 여부를 놓고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24일 한·미 FTA 서명 때 배포한 요약보고서(팩트시트)에는 한국이 불공정한 환율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데 양국 정부가 ‘양해(understanding)’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한·미 FTA의 틀 밖에서 미 재무부와 한국 정부가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와 불공정하게 경쟁우위를 부여하는 관행을 피하도록 양해했다”며 “양해에는 환율 관행, 확고한 투명성, 외환시장 개입 통보에 대한 약속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한·미 FTA 협정문에 환율 관련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다만 한·미 양국 간 외환 관련 협의는 환율보고서 및 금융협력 차원에서 그동안 계속해왔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백악관 팩트시트의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금지 등은 그동안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미국과의 외환 관련 협의 결과를 반영해 지난 5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분기마다 공개하는 내용의 외환정책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도 불공정 환율개입 관련 양해에 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위기 지역 간담회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식으로든 구두, 서명으로 합의하거나 양해각서(MOU)를 맺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한·미 FTA 팩트시트에 나온 ‘양해’ 부분은 G20, IMF도 얘기하는 원론적인 것”이라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정책 결정 요인에 제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도록 약속했다면 외환시장 운용에 제약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서민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