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산업은 정해진 목표를 세우고 밀어붙이기보다는 하나의 산업으로 장기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2018 대한민국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 김진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 위원장은 “국내 재생에너지산업에서 창출된 일자리가 1만4000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해외와 비교할 때 태양광 발전은 가격 경쟁력이, 풍력발전은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버 에너지’의 니키 딘 편집장은 “관련 기술의 획기적 향상으로 재생에너지 붐이 일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과학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탈원전’이라는 목표에 맞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정책을 간접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로 대표되는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는 현재 7% 선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에서는 이 비중을 25~4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적잖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당장 ‘2030년 20%’라는 목표부터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그동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산업 관점에서 제도와 시장기반을 구축해 혁신성장을 이끌겠다”고 답한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우선순위는 공약이나 진영논리보다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관련 산업 육성에 주어져야 한다.

동시에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보트자이 덴마크 에너지청장은 “덴마크는 다른 유럽 국가와 전력망이 잘 연결돼 있어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단점 극복이 가능했다”며 “북한과 바다에 가로막혀 사실상 ‘에너지 섬’인 한국은 그 특수성을 감안해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시 경청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