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빚테크(빚+재테크)’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빚테크는 빌린 돈을 잘 굴려 이자보다 더 버는 걸 목표로 2015~2016년 저금리 시대에 유행한 재테크 방법이다. 국민·우리·KEB하나·농협 등 4개 은행의 대표 재테크 전문가 4명은 빚테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빚을 줄여가면서 안정성에 초점을 두는 식으로 기존 대출자산을 리모델링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갭투자 더 이상 안 돼

전문가들은 한때 빚테크 수단으로 꼽히던 부동산 갭(gap)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갭 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구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예컨대 매매가가 3억원인 주택의 전세금이 2억4000만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6000만원으로 집을 사고, 이후 전세금을 올리거나 집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WM사업단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달한 경고는 ‘무주택자가 아니라면 더 이상 빚내서 집 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전세자금을 활용하는 갭 투자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등 빚테크 전략이 성공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도리어 부동산 대책 강화와 금리 인상기에 빚테크는 자칫 자충수가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기존의 공격적인 빚테크 전략 대신 보유 현금을 충분히 활용하는 자기자본 투자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식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지금은 자금력이 있고 제도가 허용하는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때가 아니다”며 “무리한 방법으로 빚테크를 지속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소득 대비 과도한 빚을 줄여 금리 인상기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빚테크 전략 바꿔야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도 “빚테크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하다”며 “그럼에도 빚테크를 해야겠다면 네 가지 원칙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빚테크 전략에 고려할 네 가지 원칙으로 우선 투자 대상을 1주택 이하로 줄이고 공시가격(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노리는 방안을 추천했다. 또 조정대상 외 지역은 보유 주택에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하고,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으므로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없어 임대사업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라고 했다. 세 번째 원칙으로는 근린상가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라고 했다. 주택과 상가 용도가 혼재돼 있는 근린상가는 실질 과세 원칙을 준용하는 세법과 달리 전체 면적 중 주택 이외로 사용하는 면적이 크면 주택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안 부장은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증액, 재약정, 채무인수 등은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상환 때는 현금 흐름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라면 기존 대출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리 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금리 인상기인 점까지 고려하면 이미 대출받은 경우 대출 리모델링은 필수”라며 “대출상환기간이 장기인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형이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은행 직원과 논의해보라”고 조언했다.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꿀 때 중도상환 해약금을 면제해주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무주택자라면 △감당 가능한 대출금액 범위 내에서 △수요가 많아 추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규제지역 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괜찮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눈여겨볼 만한 재테크 전략으로 규제가 덜한 상가 및 꼬마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그는 “다만 높은 임대수익률을 노리기보다 환금성과 임대 안정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부장도 자금 조달이 비교적 쉬운 역세권 인근 오피스텔 및 9억원 이하 분양주택, 공시가격 9억원 이하 다가구 주택은 살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김 차장은 재테크 전략으로 국내 채권형펀드를 꼽았다. 김 차장은 “국내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개선세”라며 “단기적으로 채권형펀드에 가입해 내년 재테크를 준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