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씨는 남편과 둘이서 가는 하와이 여행이 꿈이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500만원 정도의 여행비용이 문제다. 1년간 적금(금리 연 3%)을 부어 내년에 가려면 매월 41만원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에 부담되는 금액이다. 하와이 여행을 3년 후로 미루면 매월 13만3000원씩 저축해야 한다. 하루 4400원 정도이니 남편과의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3년을 노력해보기로 한다.
앞뒤 안 가리는 공격형 투자자라면 '과정 시뮬레이션'으로 평정심 찾아라
사람들은 A씨처럼 어떤 상황에 닥치면 그 상황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다. A씨의 경우 남편과의 하와이 여행이란 꿈이 이뤄지면 얼마나 행복할지를 상상하거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 동안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을지, 있다면 과연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 등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게 시나리오 만들기에 해당한다.

이런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을 ‘심적 시뮬레이션’이라 한다. 말 그대로 마음속으로 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심적 시뮬레이션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게 광고다. 광고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얻게 될 좋은 점과 혜택을 상상하도록 소비자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광고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한 것이든, A씨처럼 자발적인 것이든 심적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그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생기고 그 동기는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심적 시뮬레이션으로 동기가 생겨 행동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심적 시뮬레이션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상황을 미리 생각하는 ‘결과 시뮬레이션’과 희망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는 ‘과정 시뮬레이션’으로 나뉜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상황을 상상하는 게 결과 시뮬레이션이고, 시험 준비 과정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게 과정 시뮬레이션이다.

결과 시뮬레이션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목표 달성으로 인한 혜택에 관심이 많다. 이에 비해 과정 시뮬레이션은 행동을 하는 ‘방법’에 집중하므로 목표 달성에 따른 혜택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비용에 초점을 둔다.

금융상품 투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기대이익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유보하는 경제적 선택이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결과 시뮬레이션을 하면 투자의 혜택인 ‘수익’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과정 시뮬레이션을 하면 투자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인 ‘원금 손실 위험’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실험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대학(원)생 200명을 대상으로 심적 시뮬레이션이 금융상품의 지각된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연구가 있다. 여기서 지각된 위험은 객관적 위험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어떤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위험을 말한다. 지각된 위험을 강하게 느낄수록 금융상품에 투자할 의도는 약해진다.

이 연구는 참여자들에게 “이 펀드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얻은 상황을 상상해서 글로 적어보라”고 결과 시뮬레이션을 유도했다. 과정 시뮬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해선 “이 펀드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투자 과정을 상상해서 글로 적어보라”고 요구했다. 연구 결과,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모두에서 결과 시뮬레이션에 비해 과정 시뮬레이션을 할 경우 지각된 위험 수준이 높았다. 펀드 투자의 바람직한 결과만을 생각하기보다 펀드 투자 과정에서 원금 손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는 과정 시뮬레이션이 참여자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자극한 것이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결과 시뮬레이션을 권한다.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면 결과 시뮬레이션을 시도해 볼 만하다.

앞뒤 안 가리는 공격형 투자자라면 '과정 시뮬레이션'으로 평정심 찾아라
적절한 위험 감수 없이 원금 보존에만 치중해선 저금리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금융상품 투자에 너무 적극적이라면 과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을 좀 더 따져보고 신중한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