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장애인 재활의지, 환경부터 정비해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는 ‘아이케어’라는 공공보험 서비스가 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산업재해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재활치료, 돌봄, 스포츠 손상 후 재활도 책임지는 통합 보험 비슷한 기구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척수손상학회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다가 방문한 전시 부스에서 아이케어의 인상적인 서비스를 소개받았다. 척수손상 장애인을 위한 전용 해양리조트 운영이다.

이 리조트에는 다양한 크기의 객실이 해변에 자리잡고 있는데 척수장애로 전신 마비나 하반신 마비가 있는 장애인이 가족이나 활동 보조인과 머물며 휴식할 수 있다. 장애인 전용 체육관, 간단한 치료실, 전용 식당과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주방, 휠체어로 진입할 수 있는 해변 등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휠체어 스포츠와 보조기구를 이용한 서핑 등 수상 스포츠 강습도 받을 수 있다. 객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설계했고 전용 침대, 리프트 시설, 욕실과 주방 등 보조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한국에는 이와 비슷한 시설로 국립재활원과 일부 재활병원의 ‘스마트홈’이 있다.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앞둔 중증 마비환자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원룸 형태의 방에서 지내며 가족과 사회로 복귀할 준비를 하는 체험시설이다.

병원의 ‘체험 홈’은 대부분 외국 재활병원에도 있다. 퇴원을 앞둔 장애인 치료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설이다. 그러나 실제 주택과는 다르고 활용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공공시설과 건축물에 장애인의 접근을 제한하지 않은 배리어 프리 설계와 나이 성별 장애 등으로 제약받지 않는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확대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조차 장애인이 리조트나 해변의 시설을 즐기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전용 리조트나 해변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장애인이 재활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 자체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우리 실정과 비교해 보면 호주의 척수장애인 전용 해양리조트는 여러 면에서 차원이 다른 복지서비스라 할 수 있다.

이런 시설을 짓고 운영하려면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용하는 비용도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다양한 재정 지원을 통해 척수장애인도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에 해당하는 기금과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 이용금액을 지원받는 것이다. 활동적인 장애인의 직업 복귀율이 당연히 높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케어로서도 이런 시설 이용에 대한 지원이 전체적으로는 보험 재정에 도움이 된다.

우리도 이런 시설 운영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과 3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올림픽을 계기로 개최지인 강원도의 아름다운 해변에 많은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섰다. 패럴림픽을 치른 나라답게 강원도 해변에 장애인 전용 리조트도 만들면 어떨까. 호주의 아이케어 서비스 사례처럼 산재보험이 산재로 인한 척수장애인의 사회 복귀와 직업 복귀를 더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장애인 시설을 기피시설로 여기는 ‘님비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따라서 장애인 전용 리조트를 짓는다면 배리어 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에 충실한 최고의 시설로 만들어 지역 주민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명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가 발생한 장애인에게는 병원에서의 재활치료가 최우선이다. 성공적인 재활의 필수요소로 치료 후 가정, 직장, 학교, 지역사회가 돌아갈 만하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장애인의 이런 자신감과 재활 의지는 현실적인 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재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장애인의 성공적인 재활 의지 실현에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