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년 만에 미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처지에 놓였다. 양국의 경기 온도 차가 커지면서 역전 폭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최대치를 보일 전망이다.

韓·美 성장률도 3년 만에 역전되나
미국 중앙은행(Fed)은 26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전망대로라면 2005년(3.5%) 이후 최대 성장률이 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2.9%)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성장률 -5.5%로 미국(4.5%)에 뒤진 후 2015년 단 한 차례 역전당했다. 2015년 당시 성장률은 2.8%로 미국(2.9%)에 0.1%포인트 뒤졌다. 미국이 2016년 1.6%로 고꾸라졌지만 2017년 2.2%에 이어 올해는 3%대 진입을 넘보게 된 반면 한국은 성장 정체를 겪으면서 다시 역전당할 처지가 됐다.

올해 역전 폭도 2015년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정부와 한은은 당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설정했다가 소비 고용 등 경기지표가 일제히 악화되자 지난 7월 0.1%포인트 낮췄다. 한은은 이에 더해 다음달에 전망치를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하반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수출 등의 증가율 추이가 한은의 7월 전망치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취업자 수가 하반기에 전년 대비 18만 명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7, 8월 취업자 증가폭은 1만 명에도 못 미쳤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당초 2.9%에서 연말에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20일 3.0%였던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외 기관 중 가장 낮은 2.7%까지 대폭 떨어뜨렸다. 한은이 제시하는 잠재성장률(2.8~2.9%)보다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7월 3.0%에서 이달 2.9%로 하향 조정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