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와 밸류맵이 지도와 사진으로 생생하게 살펴보는 '우리 동네 어떤 밸류'시리즈를 함께 시작합니다. 지난 22일 마포구의 새로운 대장주 연남동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살펴보지 못한 A, B, C 구역입니다. [집코노미 편집자 주]

[집코노미] 같은 연남동인데, 가격도 거래도 정체…왜?
◆ B지역, 조용한 주택가에서 카페·사무실로 변신중


B지역은 동교로를 중심으로 밸류지역과 구별되는 동측이다. 아직 운행하고 있는 경의중앙선이 막고 있고 서측으로는 경의선숲길이 위치하고 있다.

성미산로29길 골목에 경의선숲길을 연상시키는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골목도 비교적 넓게 규격화돼 차분하고 조용한 주거지로 인기가 높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개성 있는 상가들이 곳곳에 입점하면서 숨겨진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작은 사무실이나 스튜디오도 곳곳에 입점하면서 서서히 지역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씨스타 소유나 스타강사 김미경씨도 B지역에 주택 등을 매입해 카페나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량과 가격상승만 봐도 이러한 점을 알 수 있다. 연남동 전체 거래의 절반 가량은 B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당 지역 단독·다가구 및 근린생활시설 필지 약 700여개 중 2016년 이후 100필지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2년8개월 내 6~7채 중 한 채는 B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B지역의 경우 신축보다는 리모델링 상가들의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다.  (자료 밸류맵)
B지역의 경우 신축보다는 리모델링 상가들의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다. (자료 밸류맵)
가격 상승폭도 연남동 전체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2016년 건별 평균 평단가(3.3㎡기준)는 2802만원대비 2018년에는 74.8%가 오른 4897만원을 기록했다. 기존에 가격차이가 있었던 만큼 밸류지역 평단가인 5800만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2년간 상승폭이 2100만원에 달할 만큼 급등하고 있다.

큰 도로를 낄 경우 3.3㎡당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중반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골목 안쪽의 경우 3000만원대 거래가 대부분이다. 동교로 41번길 코너지에 위치한 239-49번지의 경우 2017년 3월에 44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3.3㎡당 거래가는 5110만원에 달했다.

왕복 2차선 이면도로인 성미산로변 코너지 223-14번지의 경우도 2018년 3월 거래됐다. 이 건물은 20억원에 거래돼 평당 5290만원을 기록했다. 골목안쪽에 위치한 241-27번지의 경우 총액 12억5000만원, 3.3㎡당 3460만원으로 대로변보다 2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집코노미] 같은 연남동인데, 가격도 거래도 정체…왜?
◆ 매매가는 급등했지만…임차인은 '글쎄'

이처럼 시세가 급등하긴 했지만 메인상권을 따라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남동 390번지와는 다르게 B지역은 임차인을 구하는 게시물이 곳곳이 붙어 있었다. 390번지는 공사중에도 임차인을 구하는 등 활발한 상권확장을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B지역은 얼핏 살펴보았음에도 임대문의가 걸려있는 신축 근린상가들이 10여곳 이상이 발견됐다.

상권은 물론 있다. 한낮에도 웨이팅이 있는 카페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임차인의 변심으로 리모델링만 1~2년째 진행중이거나, 폐점이후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가도 더러 있었다. 이는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시세가 급등에 따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눈높이가 다르다 보니 폭을 좁히지 못하는 까닭이다.

매물로 나와 있는 물건도 살펴보았는데, 주차가 한 대가 나오지 못하는 건물도 많았다. 지역 특성상 반지하 주택이 1층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물건들은 매입후에 활용가치가 떨어진다. 이는 가격 상승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기존 리모델링 혹은 신축상가들의 임대문의 게시판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자료 밸류맵)
기존 리모델링 혹은 신축상가들의 임대문의 게시판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자료 밸류맵)
◆ A·C지역, 우리도 연남동 대장이고 싶지만…

경의선 숲길을 살펴보면 서측으로 14~15층 아파트 6개 동을 볼 수 있다. 기존의 연남동 연세맨션을 재건축해 2003년 입주한 ‘코오롱 하늘채’(466가구)아파트다.

홍대 인근에 드물게 제법 단지다운 아파트다. 지역 아파트 가격의 주요 지표가 되는 단지인데다, 연트럴파크가 조성되면서 수혜를 입는 아파트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연남동 주변이 개발되면서 아파트는 상권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단지로 시야가 막히고 경의선숲길과 병행해있는 도로로 인해 동선이 단절됐기 때문이다. 서측은 아파트 덕분에(?) 숲길의 연결성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지역의 경우 같은 연남동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래량이나 가격 변동 폭이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상대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필지가 좁은 골목들이 많아 가격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집코노미] 같은 연남동인데, 가격도 거래도 정체…왜?
인근 M공인중개업소는 A지역에서 매력적인 매물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A지역에 3.3㎡당 3000만원 수준의 매매물건을 소개해 줄 수 있다. 동일 물건이 공원과 연결된 지역에 있었다면 평당 5000만~6000만원까지도 갈 수 있지만 상권이 연결 안되 이정도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 아파트로 막힌 경의선숲길…연남동 보다는 골목상권

A지역의 상권은 막힌 상권이다보니 골목상권 느낌이 물씬 났다. 작가들의 소규모 공방들이 늘어서 있다거나 이름조차 정겨운 이발관과 방앗간, 쌀 상회 등도 아직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핫 플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이질감을 나타냈다.

C지역의 경우 사옥 혹은 근린상가 매매들이 많았다. 동교동 홍대 상권과 접하고 있는 곳이다. 기업들이 소규모 사옥이나 문화센터 등 오피스 수요가 있는 지역이다. 도심지형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C지역은 거래건수 대비 토지면적이 A지역 보다 2배에 가깝다. 평단가의 경우 2016년 2604만원에서 2018년 3805만원으로 46.1%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6년 대비 2017년 상승률이 높은 편이었으며 2018년은 전년도 수준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2018년 6월 연남동 최고가인 116억원에 거래된 애경디자인센터
2018년 6월 연남동 최고가인 116억원에 거래된 애경디자인센터
애경디자인센터로 알려진 연남동 568-48번지의 경우 2018년 6월 116억5198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06년 이후 연남동에서 거래된 유일한 100억원 이상 단일 거래 부동산 사례다.

A지역 및 C지역 모두 연간 거래 건수는 10여건 내외로 많지는 않은 편이다. A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필지가 많은 만큼 총 거래면적도 C지역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가격의 경우 2016년 3.3㎡당 평단가가 2379만원에서 2018년 2548만원으로 7.1% 상승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이나 다른 지역의 가치 상승률을 봤을 때 사실상 정체되고 있다.
[집코노미] 같은 연남동인데, 가격도 거래도 정체…왜?
◆도시재생 수퍼히어로, 과연 계속 연남동을 지켜줄 것인가?

오랜 시간 도시의 단절과 소음으로 고통을 줬던 철길이 지역을 구하는 수퍼히어로가 되어 되돌아 왔다. 이제 연남동은 확실히 마포구 만의 것이 아니다. 공항철도와 연계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많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는 롤모델이 되었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낡은 단독주택이 없어서 못사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연남동도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홍대에 가려져 지금의 모습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연남동을 바라보며 앞으로 수없이 펼쳐질 도시재생 사업들의 근본적인 방향과 상권 활성화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남동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셔보자, 도시재생의 힘을 한껏 느껴보면서 말이다.(끝)

정리=집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