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24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중국에서 생산한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과 일부 메모리 반도체가 포함돼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17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추가 관세 대상 품목에는 냉장고와 에어컨, TV 등이 들어갔다. 한국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품목은 냉장고다. LG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팔고 있는 프렌치도어 냉장고(상냉장·하냉동 3도어 냉장고)는 절반 가까이가 중국산이다. 이 냉장고는 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냉장고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북미 판매 냉장고의 약 10%를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예기간도 없이 1주일 뒤(24일)부터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조정하는 데 최소 몇 달이 걸린다. 그 사이 일정 기간 공급 공백이 발생하거나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관세율을 25%로 높일 예정이어서 그 전에 공급망 조정을 끝내야 한다.

이들은 일부 소형 TV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팔고 있다. TV 제품은 주로 멕시코 등에서 생산하고 있어 중국산 제품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 미국은 LCD(액정표시장치) 등 TV 주요 부품도 모두 관세 목록에 넣었다.

‘스마트카드’ 등 일부 메모리 반도체 제품도 미국의 관세 목록에 포함됐다. 미국에서 팔리는 반도체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월 중국산을 포함한 수출 세탁기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얻어맞은 뒤 3월부터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을 약 6~8% 올렸다. 이후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은 유지되고 있지만, 가격 인상으로 전반적인 소비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경기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 상반기 북미 시장의 매출이 7조300억원에 그쳐 작년(7조8900억원)보다 10.3% 감소했다.

태양광 제품도 올초 관세를 부과받은 뒤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 미국을 주력 수출시장으로 삼아 온 국내 주요 태양광업체들은 타격을 받았다. 한화큐셀과 LG전자는 미국 내 태양광 공장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