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크고 긍정적인 북한의 성명”이라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접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를 달성하겠다고 한 데 대해 “우리는 함께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근 미·북 정상의 움직임을 두고 지난달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경색됐던 양측의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약속을 보여주기 위해 핵 미사일을 (열병식에서) 제외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폭스뉴스 보도를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전까지는 열병식 때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선보이며 미국을 위협해왔다.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전날인 2월8일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도 ICBM을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김정은은) 모두가 틀렸다는 걸 증명할 것”이라며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의 좋은 대화처럼 좋은 것은 없다. 내가 취임하기 전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핵시설 신고 및 사찰 약속→종전 선언→신고 및 사찰 이행’ 방안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선(先) 종전 선언-후(後) 비핵화’ 입장을 완전히 바꾼 건 아니지만, 사전에 핵시설 신고 등을 약속함으로써 미·북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별도 채널을 통해 전해진 김정은의 친서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갖고 있는 서신은 미국 시간으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