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부합 까다로워 2030 '그림의 떡'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정작 청년층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입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다. 설령 A씨가 혜택을 받기 위해 고시원으로 독립한다고 해도 월세와 통장에 넣는 돈을 한꺼번에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라면 월급으로는 200만원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원룸 임차료의 평균치는 52만원 수준이었다.
◆소득 없는 대학생, 세대원 가입 불가
지난달 31일 국내 9개 은행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저소득 청년이 임대보증금이나 내 집 마련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게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상품이다. 기존 주택청약 기능에 높은 금리와 이자소득 비과세, 소득공제 등 혜택이 추가된 점이 특징이다. 2년 이상 가입하면 연 3.3%의 금리가 적용된다. 일반 청약통장 금리보다 1.5%포인트 높다. 총 납입원금은 5000만원 이하여야 하며 2년 이상 통장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500만원 한도)이 주어진다.
그러나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가입 가능한 청년은 10명 중 2명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선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 등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 기준과 세대주 여부다. 직전 연도에 신고한 소득이 연 3000만원을 넘거나 소득이 없으면 가입할 수 없다. 신고 소득이 없는 일반 대학생은 가입 기준 미달인 셈이다. 졸업 후 취직을 못하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도 가입이 안된다는 얘기다. 세대주가 되기위해서는 사실상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 전·월세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통해 세대 분리를 마친 20대만 가입이 가능한 구조다.
◆10명 중 2명도 조건 맞추기 어려워
통계청에 따르면 만 19~29세 청년은 총 710만여 명이고, 이 중 세대주는 전체의 20%(143만여 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금융기관이 실시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에서도 청년 중 22.9% 만이 부모와 독립적으로 주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소득이 있으면서도 연 3000만원은 넘지않는 무주택자 요건까지 충족하려면 가입 대상은 더욱 줄어든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의 가입조건을 완화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세대주 요건과 소득 기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입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청년은 “부모님과 한 집에 거주하는 세대원”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가입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월세 또는 전세를 얻어서 나가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매달 월세 내면서 언제 돈모아서 결혼하고 집 장만하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조건에 모순이 참 많은 것 같다”며 “정말 청년을 우대하는 정책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대학생은 “청년 실업자가 많은 실정인데 반드시 소득이 있어야 한다니 기운이 빠진다”며 “아르바이트 소득은 소속장에게 소득증명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학생은 “정부가 진심으로 청년을 위해 만든 정책이라면 좀 더 현실을 파악하고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