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금융 결제망과 경제 안전망을 구축하자고 유럽 국가에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경제 제재로 피해를 보는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이란 핵 합의의 와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을 때 유럽이 평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럽통화기금(EMF)과 독립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시스템을 만들어 유럽의 자율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마스 장관은 “유럽을 희생시키는 미국의 행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MF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럽 각국에 구제 금융을 해주는 유럽연합(EU)판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스위프트는 금융회사들이 국제 금융 거래를 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으로 200여 개국의 1만1000여 개 금융사, 중앙은행, 기업 등이 회원으로 있다.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해 국제 금융 거래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을 무마시키겠다는 게 독일 정부의 취지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