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다루는 응급실 의료진이 폭행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응급실 의료진을 폭행해 관련법을 위반한 사람이 2013년 152명에서 지난해 477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폭행으로 의사의 코뼈가 골절되고, 술에 취한 남성이 자신의 응급처치를 마친 전공의의 뒷머리를 철제 트레이로 내리쳐 상해를 입힌 일도 발생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응급실 폭행 사건으로 의료인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이 충격받고 분노하고 있다.

응급실은 생명이 촌각을 다툴 수도 있는 다급한 상태의 환자들이 찾는 곳이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 진료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응급실 폭행은 피해 당사자인 의료인뿐 아니라 위급하게 응급실을 찾은 다른 환자와 보호자를 공포로 몰아가고, 의료 지연·마비로 이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의료당국 등 관계기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늦기 전에 다각도로 힘써나가야 한다.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응급실에 무장경찰 또는 안전요원을 상주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신속한 대처를 위해 경찰과 응급실 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의료인 폭행 전담팀을 경찰 내에 조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응급실 폭행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근절을 위한 다양한 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져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은경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