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앞다퉈 중장기 투자 및 고용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에 이어 한화 등 10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간판 기업들의 투자·고용 확대가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경기를 되살리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정부도 적극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실질적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투자·고용 확대 움직임, 10대 그룹 전반으로 확산
기업의 잇따른 중장기 투자·고용 확대 방안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장 방문을 통한 ‘독려’와도 맞물려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 구걸’ ‘기업 팔 비틀기’ 논란 등도 불거졌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가라앉은 경기를 끌어올리고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란 기대는 적지 않다.

삼성그룹이 지난 8일 인공지능(AI) 5세대(5G)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산업에 3년간 18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한 발표가 ‘기폭제’가 됐다. 이미 중장기 계획을 밝힌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내놓은 중장기 투자금액만 줄잡아 302조원 규모다. 한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약 1800조원)의 16.7%에 달한다. 현대차는 로봇·AI 등에 5년간 23조원을 투자한다. SK는 반도체·소재,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3년간 80조원을 투입한다. LG는 전기자동차 부품과 자율주행 센서 등에 올해 19조원을 투자한다. 4대 그룹이 앞으로 5년 안에 새로 뽑기로 한 인력도 10만 명이 넘는다.

이런 분위기는 재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재계 순위 8위인 한화그룹은 12일 앞으로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고, 3만50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재계 6위)도 올해 제철소 환경 개선과 신성장 부문 등에 전년 대비 1조6000억원 많은 4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벤처밸리를 세우고,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GS그룹(재계 7위)도 동참할 방침이다.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2021년까지 전남 여수공장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연인원 260여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약 1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신세계그룹(재계 11위)도 앞으로 3년간 9조원을 쏟아붓고 매년 1만 명씩 신규 채용에 나선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재계 전반에 중장기 투자·고용 확대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 작용하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도 규제 개혁 등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채용 확대에 화답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