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펀딩액이 창업 6년 만인 지난해 8월 2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2월에는 300억원을 달성했고, 6월에는 400억원으로 뛰었습니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염 대표는 2011년 영화 음악 미술 출판 건축 디자인 게임 등 다양한 분야 창작자를 위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열었다. 크리에이터들이 텀블벅을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알리고, 후원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매일 텀블벅 플랫폼에 활성화돼 있는 펀딩 프로젝트는 평균 600건 정도”라며 “하루에 70건 정도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대표는 “텀블벅의 정체성이자 중심은 크리에이터”라고 했다. 다른 크라우드펀딩회사들이 지분 투자 형식의 ‘증권형’ 펀딩을 함께 하는 것에 비해 텀블벅은 꾸준히 ‘후원형’ 펀딩에만 집중하는 이유다.

그는 후원형 펀딩 규모는 텀블벅이 국내 최대 규모라고 했다. 지난 1분기에만 후원형 펀딩이 17만 건에 달했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업체인 와디즈의 후원형 펀딩 건수보다 2배 이상 많다.

텀블벅을 통한 이색 펀딩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중소 출판사 아르고나인은 북한의 생활디자인 500여 점을 담은 영국 도서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의 한국어판 제작을 위한 펀딩에 나서 나흘 만에 목표액 2000만원을 모두 채우기도 했다. 염 대표는 “펀딩 마감이 35일 남은 시점에 목표액의 세 배가 넘는 6200여만원이 모였다”고 했다.

텀블벅의 수익원은 펀딩이 성공할 때 받는 수수료 5%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구독형 모델 등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웹툰과 같은 연재형 콘텐츠에 맞춰 꾸준히 펀딩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염 대표가 창작 후원 펀딩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영화인을 꿈꾸던 학생 시절이 있다. 그는 텀블벅 창업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텀블벅을 시작하던 때만 해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 영화를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에 흥미를 느끼고 투자를 받으면서 이 길을 이어나가기로 했죠.”

텀블벅은 두 번에 걸친 엔젤 투자에 이어 2015년 네이버, DCM,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1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염 대표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월 거래액 30억원을 넘어섰는데 1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며 “올해 전체로는 400억원, 내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