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캐나다오픈(총상금 620만달러)은 한국 골프의 한층 더 두터워진 선수층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안병훈(27)과 김민휘(26·이상 CJ대한통운)는 30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의 글렌애비GC(파72·7253야드)에서 열린 캐나다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나란히 3타씩 줄였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안병훈과 김민휘는 우승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3타 뒤지며 공동 준우승했다. 이전까지 PGA투어에서 각각 두 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안병훈과 김민휘는 아쉽게 첫승 기회를 놓쳤지만 우승을 하기에 모자람 없는 경기력을 펼치면서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그동안 최경주(48)와 양용은(46), 배상문(32)으로 이어지던 PGA투어 한국 남자 골프 계보는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시우(23·CJ대한통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김시우 홀로 고군분투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상위권에서 찾아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던 게 사실이다.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이자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온 안병훈과 국가대표 시절 주니어 무대를 휩쓸던 김민휘는 잠재력만큼은 최고로 인정받아왔다. 최근 성적을 돌아보면 안병훈과 김민휘는 적응 기간을 마친 듯 보인다. 올 시즌 네 번째 톱10 입성에 성공한 안병훈은 어느새 세계랭킹을 40위까지 끌어올렸다. 53위에 있는 김시우를 제치고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에 올랐다.

김시우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29위로 대회를 마쳤고 세계랭킹에서 지난주보다 1계단 내려간 53위를 기록했다.

안병훈은 “이번주 전체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고 다음주 브리지스톤대회에 뛸 수 있게 됐다”며 “운이 따른다면 또 (우승할)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휘도 지난해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준우승 이후 스윙 교정 등으로 부침을 겪어왔으나 이번 대회 준우승을 포함해 최근 4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로 샷감을 되찾고 있다. 세계랭킹에서도 100위 안(98위)에 들어왔다.

존슨은 세계 최고 선수다운 위용을 보여주며 올해 1월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와 6월 세인트주드 클래식에 이어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2016년 3승과 2017년 4승에 이어 3년 연속 3승 이상을 달성했다. PGA투어에서 3년 연속 3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2009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존슨이 처음이다.

그는 안병훈·김민휘와 3라운드까지 17언더파로 동타였으나 전반 9개 홀에서 3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18번홀(파5)에 들어설 때 3타 차 리드를 잡으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