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보다 2.09% 올리기로 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한 뒤 정확히 가운데 있는 소득)을 보정한 값으로, 복지 대상자 선정에 쓰인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2.09% 인상됨에 따라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올해 167만2105원에서 내년엔 170만7008원이 된다. 혼자 살면서 월 170만원가량 벌면 우리나라에서 중간쯤 소득자가 된다는 의미다.

복지부 회의가 열린 이날 다른 장소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렸다. 최저임금위는 날을 넘겨 14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9%로 결정했다. 최저시급은 올해 7530원에서 내년엔 8350원으로, 최저월급(월 209시간 근로 기준)은 올해 157만3770원에서 내년엔 174만5150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내년엔 근로자 1인 최저월급(174만5150원)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월 170만7008원)보다 처음으로 많아지게 됐다. 중위소득은 근로자 1인이 아니라 근로자가 속한 가구를 기준으로 매기는 것이어서 최저임금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일부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최저월급이 중위소득보다 많아지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중위소득이 적어서일까, 최저임금이 높아서일까.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보정한 값이지만 우리나라 중간쯤 가구의 실제 소득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탓에 벌어진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자가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고용 쇼크’를 일으키는 수준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임금 질서까지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득보다 실이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까운 미래 최저임금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해서 이미 올린 최저임금을 낮출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