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세무서가 8년 만에 ‘세수(稅收)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년 연속 1위였던 부산 수영세무서는 2위로 밀렸다.

8년 만에 '稅收 1위' 오른 남대문세무서
19일 국세청이 내놓은 ‘2017 국세통계’를 보면 남대문세무서는 작년에 총 11조5914억원의 세금을 거둬 전국 125개 세무서 중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3.9% 늘었다. 남대문세무서는 관내에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은행 본사가 집중되면서 2005~2009년 수위를 달렸다.

그러다 2010년부터 영등포세무서에 밀리기 시작했다. 영등포세무서는 관할 지역인 여의도의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물론 증권회사들이 수익을 많이 내면서 세수가 불어나 5년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1위가 부산 수영세무서로 넘어갔다. 거래소와 예탁원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한 것과 맞물려서다.

남대문세무서가 1위를 탈환한 것은 관할 지역에 있는 대기업 실적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금융회사의 법인세 납부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봉근 남대문세무서장은 “작년엔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 미래에셋 등 금융회사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법인세가 많이 걷혔다”며 “올 상반기에도 법인세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관내에 있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7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납부한 영향도 컸다.

1위 자리를 뺏긴 수영세무서는 작년 10조8643억원의 세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수영세무서 세수는 2014년 12월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예탁원이 좌우하는 구조다. 작년에도 예탁원 한 곳에서 증권거래세 등 5조9000억원을 납부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법인 채권에 적용하는 원천세 징수액이 작년에 크게 줄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울산세무서는 전년보다 2.3% 많은 9조7043억원의 세금을 거둬 3위를 차지했다. 이 세무서는 현대자동차 본사가 납부하는 법인세에다 개인소득 최상위권인 지역 근로자들의 소득세 덕분에 꾸준히 ‘톱3’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작년 전국에서 세수가 가장 적었던 곳은 경북 영덕세무서(1063억원)였다. 전북 남원(1172억원), 전남 해남(1208억원) 등도 하위권이었다.

지난해 국세청 총세수는 25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조3000억원(9.5%) 증가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13.5% 늘어난 59조2000억원에 달했다. 법인세 신고 법인이 69만5000개로, 전년보다 7.8% 늘어난 덕분이다. 전체 법인세의 39.5%는 제조업 법인이 부담했다. 금융·보험업은 법인 수 비중이 4.3%였지만 법인세 비중은 16.7%로 높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