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가 국내에서 처음 양산된다. SiC 전력반도체는 태양광이나 전기자동차의 인버터(교류전기를 직류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와 모터를 비롯한 전기기기에 원하는 전압과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2022년 세계시장 규모는 1조원이다.

파워테크닉스(대표 김도하·사진)는 19일 경북 포항시 나노융합기술원에서 SiC 전력반도체 양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이 회사는 포항의 나노융합기술원에 SiC 전력반도체 제조를 위한 실리콘 웨이퍼 공장과 연구개발(R&D) 기반 시설을 갖춘 제조본부를 구축했다. 김도하 대표는 “120억원을 투자해 SiC 전력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이온임플란트 등 전용장비 38대와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지난 1일부터 포항 제조본부에서 양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파워테크닉스는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에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자본금은 15억원으로 R&D 제조 엔지니어 등 20명이 일하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는 독일의 인피니온, 미국의 울프스피드, 일본의 롬 등 3~4개사가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파워테크닉스가 SiC 전력반도체 양산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전력반도체산업 육성 지원이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나노융합기술원과 기술사업화 계약을 맺어 나노융합기술원이 보유한 반도체 생산 장비와 클린룸을 2년간 임차했다. 벤처기업이 이런 장비와 시설을 갖추려면 최소 200억~3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나노융합기술원의 장비를 임차해 사용함으로써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줄였다. 같은 달 한국전기연구원으로부터는 SiC 전력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천기술도 이전받았다.

이 회사는 SiC 전력반도체 생산을 시작한 올해 9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250억원, 2020년 6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산업용 기중기 컨베이어벨트 발전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한 고효율 전원장치 등 수요가 많다”며 “R&D 투자를 늘려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