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아니라 배양액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도 유기농업으로 볼 수 있을까. 미국 유기농업계에서 20여 년간 이어진 논쟁 주제다.

수경농법으로 재배 중인 토마토.
수경농법으로 재배 중인 토마토.
최근 수경재배에 반대하는 미국 농민들이 정부의 유기농 인증과 다른 새로운 유기농 인증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다. 작년 말 미국 유기농기준위원회가 ‘수경재배를 유기농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부결시킨 여파다. 한국도 수경재배 시설 투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이와 비슷한 유기농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농업전문매체인 모던파머에 따르면 ‘리얼 오가닉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유기농 인증 마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 단체는 흙에서 농약 등을 쓰지 않고 농사짓는 전통적인 방식의 유기농업을 지지하는 농민 모임이다.

유기농 인증 마크는 미국 연방정부가 심사하는 유일한 농산물 인증 제도다. 유기농 농산물로 인증받으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일단 인증만 받으면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6년 기준 미국 유기농산물 시장 규모는 47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했다. 미국 전체 농산물 시장의 5%가량을 차지했다.

리얼 오가닉 프로젝트 등 별도의 유기농 인증 마크를 도입하려는 쪽에선 그동안 유기농 인증제도가 변질돼 왔다고 지적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는 소규모 농가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인증제도가 수익성을 추구하는 대규모 농장에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농무부가 수경재배를 유기농업으로 인증해주는 것을 들고 있다. 농무부가 작년 말 축산물 유기농 인증기준에 동물복지 관련 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유기농 축산농가들의 제안을 거부한 것도 새 유기농 인증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수경재배 찬성파들은 이에 대해 유기농 수경재배 역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농업이라고 강조한다. 흙에서 농사지을 때보다 물과 에너지 등 각종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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