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설계도를 재설계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특허 출원 건수가 10년 만에 1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지난해 출원된 유전자 편집 관련 특허는 58건으로 2008년(4건)보다 14.25배 늘어났다고 8일 발표했다.

동식물의 유전체(게놈)에서 원하는 부위만 잘라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제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와 제2세대 탈렌(TALEN), 2013년 등장해 요즘 가장 많이 활용되는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1·2세대 유전자 가위와 달리 만들기 쉽고 가격이 싸 대량 생산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과학자는 물론 제약회사와 농업회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생명과학 기술로 꼽는 이유다. 2015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5~2017년 3년간 유전자 가위 특허 출원 건수는 이전 3년과 비교해 78%나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전체 특허 출원(337건) 중 199건(59%)은 외국인이 출원했다. 내국인 특허 출원은 기업보다는 대학과 연구소의 출원 건수가 2배가량 많았다. 외국인 특허 출원은 기업 출원이 57%를 차지했다. 외국 연구자 대부분이 기업을 설립하고 다국적 제약사의 자금을 지원받아 연구개발을 수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술별로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플랫폼 관련 출원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등장한 2013년 이후 크게 늘었다. 2014년 정점에 이른 뒤 지금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반면 유전자 편집 응용기술과 관련한 특허 출원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허청은 유전자 편집 기술 연구가 질병 치료와 생물 재설계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생물체를 새로 디자인하는 기술인 합성생물학과 접목되면서 특허 출원 건수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