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 "근현대사 정신 담고, 지역상권 살리고… 두 토끼 잡는 도시재생 이룰 것"
박겸수 강북구청장(사진)의 숙원사업인 8개 역세권 개발 사업 중 진척이 가장 빠른 곳은 강북구의 상징인 국립 4·19민주묘지 인근 사거리 일대다. 4·19민주묘지는 강북구 내에서도 최북단에 있는 데다 인근이 낙후돼 있어 북한산 등반객들이 스쳐 지나가는 상징물로만 남아 있었다. 그동안 구상으로만 있던 일대 개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작년부터다. 지난달 28일엔 서울시 도시재생위원회 심의에서 법정 도시재생활구역을 기존 13곳에서 27곳으로 확대하는 ‘2025 서울시 도시재생전략계획’에 4·19민주묘지 사거리 일대가 포함됐다.

박 구청장은 “4·19 혁명 등 근현대사 정신을 담은 도시재생사업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역세권 개발 사업과 4·19민주묘지 사거리 도시재생사업을 연계해 일대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내놓은 4·19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은 박 구청장 구상의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박 구청장은 아울러 4·19민주묘지역 일대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근 건폐율도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한다. 그는 “역세권 내 건폐율을 완화해 저층부 상권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폐율은 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이다. 건폐율이 높을수록 토지 사업성이 올라간다.

박 구청장은 역세권 개발로 임대료가 오르면서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정된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에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담겼다. 박 구청장은 상권 활성화가 예상되는 지역의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상생협약을 맺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43년 된 박 구청장의 집무실 문턱은 닳아 없어질 지경이 됐다. 역점사업인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나 역세권 개발도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내놓은 구상이다. 역점사업과 관련한 민원뿐 아니라 생활민원까지 직접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임기 동안 구청 청렴도가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섰다”며 “그 덕에 구청장이 역점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 구청장 임기 전인 2010년 자치구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강북구는 서울 25개 구 중 24위를 나타냈지만 4년 만인 2014년엔 1등급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박 구청장은 1995년 서울시의원으로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의원 임기를 마친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연거푸 낙선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2002년에 당선됐으면 벨트 아이디어는 안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요? 8년 동안 선거에 지기만 하니 땅만 보고 다녔죠. 강북구의 답은 땅속에 있더라고요.”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