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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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하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개편안이 정부 세법개정안에 담겨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 과세 대상자는 약 4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행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에 따른 종합과세 대상자가 9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네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금융소득이 1000만~2000만원으로 그동안 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졌던 중산층 31만명은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 규모에 따라 최대 300만원가량 추가 세 부담을 져야할 것으로 나타났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융자산을 증여해 수익자를 나누거나 금융소득 발생 시기를 분산하는 한편 종합과세 대상이 아닌 연금상품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정특위 “금융소득 과세 강화”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은 사업·근로·연금 등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6~42%)로 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 땐 이 소득만 떼내 14%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은 2013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이미 한 번 낮아졌다. 이에 따라 2012년 기준 5만5700명 수준이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13년 13만7500명가량으로 크게 늘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재정특위의 주장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다시 낮춰 과세 대상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소득의 상위 계층 쏠림이 심각해 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또 가계저축률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을 통해 저축을 더 늘리도록 유도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고 300만원 추가 세 부담

재정특위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에 따른 세수 효과에 대해 “금융 외 소득 규모에 따라 종합소득세율 과표구간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추정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추가 세수 효과가 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인별 추가 세 부담은 최고 200만~300만원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가 시뮬레이션 한 결과 근로·사업소득 등이 1억5000만원(과표 기준)인 경우 추가 세 부담은 264만원이었다. 근로·사업소득 3억원 땐 286만원, 5억원이면 308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 금융소득이 2000만원으로 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기준금액 1000만원 인하에 따라 새로 과세 대상자가 된 개인을 가정한 것이다.

재정특위는 아울러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지금은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때 소형주택(기준시가 3억원 & 60㎡ 이하) 보증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 특례를 축소하거나 올해 말 일몰 종료할 것을 제안했다. 또 주택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 때 적용하는 400만원 기본공제는 줄이거나 아예 폐지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자산 분산하고 연금으로 갈아타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 세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국세청의 자금 출처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종합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보험료도 더 내야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합법적인 절세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정국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은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집중된 금융자산을 미리 증여하거나 예금 만기 시점 등을 조절해 한 사람에게 한꺼번에 1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합과세 적용을 받지 않는 연금저축 등 연금상품으로 자금을 옮길 필요도 있다는 조언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