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 수출지역을 나눠 공략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에서 두 공기업이 주도권을 놓고 종종 부딪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일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 입찰할 때 동유럽과 아시아 지역은 한수원이 맡고 나머지는 한전이 참여하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했다”며 “탈(脫)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불구하고 해외 원전 수출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이 위에 있고 우리가 하도급 같은 그런 분위기는 싫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프로젝트까지는 한전과 같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이후부터는 한수원이 맨 앞에서 뛰어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원전 수출 역량을 갖춘 두 공기업 간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자회사지만 인사·경영 등이 완전히 독립돼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종전까지 ‘팀 코리아’를 구성해 원전 수출을 추진했다. 2009년 수주에 성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조만간 쇼트리스트(예비사업자)가 발표될 사우디 사업 역시 한전과 한수원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

한전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은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에선 대규모 파이낸싱(투·융자)이 필요한 원전 프로젝트에선 한전이 한 수 위지만 고도의 설계 기술 등이 필요할 땐 한수원이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때 일본과 손잡을지도 관심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원전 생태계가 많이 위축된 일본에서 한수원 측에 해외 수주 관련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조미현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