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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사설 깊이 읽기] 통계를 왜곡하면 상황 판단과 예측이 모두 어긋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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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경 사설 깊이 읽기] 통계를 왜곡하면 상황 판단과 예측이 모두 어긋나죠
    [사설] 무리한 정책 짜맞추려는 통계 오독·왜곡, 심한 것 아닌가

    통계는 국가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 자산’이다. 정확하고 독립적인 통계 자료를 위해 청(廳) 단위 정부기관을 두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업과 개인도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제대로 읽을 때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래도 통계를 더 냉철하게 다뤄야 할 곳은 정부다. 애초 잘못됐거나 오독(誤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책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근래 정부가 논란 많은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과연 정확한 통계에 기반했느냐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짜맞추기로 왜곡하거나 억지로 해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안 발표 때 나온 “한국은 보유세가 낮다”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주장이 그런 예다. 특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평균 1.1%인데 한국은 0.8%”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체 세수(稅收) 비중으로 보면 3.2%(2015년 )로, OECD 평균(3.3%)과 비슷하다. 더구나 보유세와 함께 묶이는 거래세의 세수 비중은 3.0%로, OECD 평균(0.4%)의 7.5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무시됐다.

    전력판매 손실비가 1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논리도 문제다. 70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한 원전을 이런저런 핑계로 가동 중단시키고는 ‘낮은 가동률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맞춤형 통계’의 논란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통령 발언 때도 불거졌다. 임금 급등에 따른 실직자들은 빼버린 ‘편집 통계’가 근거가 됐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관심사인 통신요금 등과 관련해서는 국제비교 통계 하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세계 최장 근로시간’의 근거로 OECD 통계를 인용하지만 외형 숫자만 읽을 뿐이다. 이런 통계를 나오게 하는 고용과 근로의 형태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대기업 낙수효과가 미미하다’는 선동적 주장을 담은 자료가 그대로 통하는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왜곡된 통계나 잘못된 자료 해석에 근거해 밀어붙이는 정책이 초래할 결과다. 탁상이론가들이 국가 경제를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먼저 통계의 오독·왜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객관적인 정책토론회나 균형 잡힌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들과 일선 종사자들 의견을 정확하게 수렴하는 게 그 출발이다. <한국경제신문 6월25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고용·소득·세금 등 모든 통계는
    국가 정책 결정에 필수적인 자산
    특정 정권에 맞춰 왜곡하면 안돼
    통계 자료 과신도 경계해야


    [한경 사설 깊이 읽기] 통계를 왜곡하면 상황 판단과 예측이 모두 어긋나죠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으니,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냉소적 말이 있다. 영국의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통계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지적한 것이었다. 물론 이 말은 잘못 작성된 통계나 제대로 된 통계라도 오독(誤讀)할 때의 위험을 경고한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조심해야 할 것은 또 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이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다. 학계나 언론과 여론에서 문제 제기를 해도 귀를 닫아버리는 정책입안자들이 적지 않다. 정부 지지율이 높을 때, 선거에서 압승 했을 때, 도덕적 자신감이 넘칠 때 이런 일이 잦다. 그래서 통계와 확증 편향 심리는 함께 움직일 때가 많다.

    국가 사회에서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가령 인구통계와 이에 기반한 예측과 전망은 국방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정책에 필수적인 국가의 자산이다. 재정과 복지, 산업과 고용 등 경제정책을 바르게 펴나가는 데도 물론 중요하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정확하고 의미 있는 통계작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통계 작성이 정권의 입맛대로 변형되지 않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정권이 5년 집권 동안 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통계지표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해도 조사 방식 등을 함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 등이 정해진 통계 방식에 따라 정기적으로 내는 원자료를 가공해 논란이 빚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저임금을 일시에 급격히 올린 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일자리 감소와 저소득층 수입 감소가 큰 문제로 불거졌을 때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도 그런 사례다. 청와대 보좌진에서 통계청의 원자료에서 일자리를 잃은 경우는 뺀 채 직장에 남아 있는 이들의 소득 통계만으로 편집했으니 좋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주택 보유세(재산세, 종합소득세) 논쟁도 그렇게 빚어졌다. 많은 이들이 외형적 세율만 보면서 보유세가 낮다고 주장하면서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에 함께 부과되는 세금까지 고려하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진다.

    꼭 필요한 통계자료의 부족도 선진 행정으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다. 잘못된 통계로 선동을 하는 것도 후진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통계를 특정한 목표에 맞게 재가공 편집하고, 억지로 해석하고,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입맛에 맞는 맞춤형을 주문하는 것 모두가 경계의 대상이다. 정확한 통계를 추구하되, 통계 자료를 과신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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