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연령이 40대 초반까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임금피크에 진입한 50대 후반을 대상으로 하던 조기퇴직이었지만, 이제는 ‘준정년’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의 핵심 연차 구간인 40대까지 포함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NH농협은행 역시 40세 이상 직원을 포함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매년 연말·연초 희망퇴직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대상 연령 하향과 퇴직금 축소 흐름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5대 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 수는 2300명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수치다.
특별퇴직금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대상 연령은 계속 낮아지면서, 많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의 인력 감축으로 보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 영업점과 조직 효율화, 신규 채용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조직은 고비용 중간연차 인력을 구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은행권을 넘어 유통·서비스 등 다른 산업으로 희망퇴직이 확산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희망퇴직은 더 이상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구조 전환을 위한 상시적 수단이 되고 있다.
‘40대’라는 시기의 의미를 다시 봐라
커리어에서 30대는 실험과 이동이 허용되는 구간이다. 역할을 바꾸고, 조직을 옮기고, 방향을 수정해도 상대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반면 40대는 그동안의 경험과 이력이 하나의 이야기로 굳어지며 이후 커리어의 기본 프레임을 형성하는 시기다. 이때부터 커리어에 대한 질문도 달라진다. “더 잘할 수 있을까?”에서 “이 역할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로 이동한다. 평가의 기준 역시 능력 중심에서 포지션 중심으로 바뀐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조직과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1. 40대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정보 제공보다 ‘의사결정 기준’을 세워라
40대 커리어 관리는 정보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망 직종, 자격증, 창업 사례에 대해 알고 있다.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선택 기준의 부재다.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선택이 맞는지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다. 기준 없이 내려진 결정은 대부분 불안에 대한 반응으로 끝난다. 커리어 전환이 전략이 아니라 충동이 되는 순간이다.
2. 작은 실험과 피드백 루프 등 ‘커리어 여정’이라고 생각하라
현장에서 40대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회의 형태가 바뀌었다. 연차 중심의 승진 트랙과 공개 채용은 줄었지만, 프로젝트·추천·협업·문제 해결 단위의 기회는 오히려 늘어났다. 커리어의 기회 자체는 통제할 수 없지만, 기회의 밀도는 설계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 정의와 판단 과정을 글과 말로 드러내는 사람에게 일이 연결된다. 이는 운의 문제가 아니라 커리어 오너십의 문제다.
3. 커리어의 변화는 성실함만으로 되지 않고 커리어 포트폴리오로 축적하라
40대 커리어 전환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노력의 강도가 아니다. 경험을 어떻게 구조화했는가다.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어디에서 막혔으며,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을 바꿨는지가 연결될 때 경험은 전환 가능한 자산이 된다. 반대로 “완전히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리셋형 선택은 가장 위험한 신호다. 경력을 버리면 연령만 남고 자산은 사라진다. 이것은 방향 전환이 아니라 반응에 가깝다.
4. 자신의 경력을 한꺼번에 ‘리셋’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커리어 피보팅은 직업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역량·신뢰라는 중심축을 유지한 채, 그 활용 방향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40대 이후의 학습 역시 마찬가지다. 불안을 줄이기 위한 학습은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5. 커리어 피보팅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버리지 않고, 그 활용 방향만 바꿔라
작은 실험과 피드백, 조정과 반복의 루프를 통해서만 개인의 커리어 알고리즘이 만들어진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더 아는가’보다 ‘나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사람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과 조직의 관점에서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조기퇴직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경험 자산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성이다. 커리어는 직선이 아니라 알고리즘이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만이 전환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윤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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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돈은 국내 손꼽히는 커리어코치로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지혜의 탄생 대표, 윤코치연구소 소장,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졸업했다. 주요 저서로는 『채용트렌드 2021』, 『채용트렌드 2020』, 『30대 당신의 로드맵을 그려라』, 『글쓰기 신공 5W4H1T』, 『기획서 마스터』, 『보고서 마스터』, 『자기소개서 특강』, 『창의적 프리젠테이션』, 등이 있으며 칼럼니스트, 기업강사로 활동 중이다. http://www.yooncoach.com